이 책은 사실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1000원이라는 거저와 같은 가격으로 업어온 녀석이다. 그래서 책 상태는 상당히 메롱하지만서도.. 그래도 1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한다면 확실히 업어올 만한 가치가 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데리고 왔다.

우선 이 책이 나를 끌어당긴 이유는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경고문에 있다. 책 앞 표지에는 ‘경고, 고집스럽게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마십시오.’ 라는 글자가 붉은색으로 강렬하게 새겨져 있다. 이 책의 마케팅적인 면으로 보자면 이 글자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우선 나의 손이 뻗히도록 만들어 주었으니까.

책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단점과 국수주의를 콕콕 꼬집어 꺼내며 이게 너희 나라다. 이게 잘못된 점이다. 고쳐라. 하고 말하는 것이 첫번째요, 두 번째로는 외국인들이 단편적으로 우리 나라를 겪어보고 마치 우리 나라에 대해 모두 안다는 양 눈꼴 시리게 구는 점을 꼬집어 말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 ‘너는 이런 저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한국 사회를 바꿀 의무가 있다. 넌 한국 사람이니까.’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환기를 위한 목적이라고 확실히 글 안에서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극우주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아무리 한국에 10년 이상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열심히 한국의 역사와 문제점들에 조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그것도 기분 나쁘게 문제를 제시하는 데에 있다. 마치 자신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머리 꼭데기에 앉아 있다는 듯이, 자신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우리 나라 사람들을, 아니 사실은 독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제기랄.

물론 보면서 제법 재미가 있었고, 흥미가 동하기도 하고,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책 내내 보이는 그의 ‘지식 자랑질’ 같은 행동은 책을 쾅 하고 닫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뭐, 아무튼 한국사에 대해 그리 빠삭하지 않은 나는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 그는 제법 열렬한 한국 연구가였던 모양이니까.

화가 나는 부분은 단지 그것. 독자를 깔아 뭉개는 듯한 태도 뿐이었고, 어쨌건 간에 재미는 있었고, 맞는 말도 많아 보였다.(표면적으로나마.)

그래도 열심히 읽었네. 하루만에 완독.

하지만 만약 제 값을 주고 샀더라면 한번 읽고 책장에 박힐 책이었을 것이다.

음, 책에 대한 이런 격렬한 반응이 솟구친 적은 처음인 듯.

실제로 난 극우주의자는 커녕 국수주의자도 아님을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