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편지 꾸러미를 그대로 묶어 주석과 함께 나온 이 책은 그야말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삶의 단편적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다.

라고 해야 할지.

사실 나는 헤밍웨이의 소설을 하나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 유명한 노인과 바다 같은 소설도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책에 있어서 편식을 하는 소년이었으니까. 예전에는 재미 있어 보이는 책이 아니면 손에 대지 않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누군가들이 최고라고 찬사를 하는 것들은 반감 심리 때문인지 보기 싫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이 책의 재미를 100% 느낄 순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주제에 이 책을 손에 쥐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지 꽤 됐다. 오늘 헤밍웨이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 이유는 그가 자살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왜 헤밍웨이의 책을 안 읽고 이 편지들을 읽어 내려갔을까 하는 후회감 비슷한 감정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헤밍웨이의 인간적 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편지에 드러난 일부분의 성격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너무 직설적이었고, 자기 중심적이었으며, 자기애에 충실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기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에서 이미 스코트 피츠제럴드에 대한 애증에 감염이 되어 있었던 모양인지, 편지에서조차 비난 일색이었던 스코트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갔다.

그래도 그의 글에는 유머가 상당히 깃들어 있었기 때문에 읽기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인물들을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는 재미도 제법 있었고…

이 책의 끝이 씁쓸한 이유는 그의 편지에서 언급되던 사람들이, 그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하나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간다는 것이 그의 편지로 피력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오래된 편집자인 맥스웰 퍼킨스를 잃었고, 자신의 출판사 사장인 찰스 스크리브너의 사망도 겪는다. 아마 나도 이런 삶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테지. 하고 생각하니 씁쓸한 웃음이 베어나왔다.

그래도 즐겁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헤밍웨이에 대한 관심도 증대된 즐거운 독서였다.

이제 간단히 읽을 책은 다 읽어버렸네. 내일은 책이나 빌리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