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부산으로 오자마자 집어든 책. 정말 조금 남겨진 내용을 읽지 못하고(그것도 가장 클라이막스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을!) 경주로 간 것은 꽤 후회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는데, 설날 전에 이 책을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서둘러 책을 마무리 지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책 제목이 참으로 두루뭉술하다. 질문을 던지는 듯한 말투로 제목은 나를 불러들였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sf 소설이다.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도 되었다는데, 다 읽고 영화를 찾아보니 몇몇 등장인물들의 특색만 떼오고 배경만 가져온,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한번 봐볼까?’ 하는 마음은 순식간에 증발되었다. 소설이 영화화되어 내 상상력과 얼마나 매치되는지를 확인하며 즐거워 하는 게 영화화 된 소설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오래된 영화기 때문이다. ㅋㅋ 뭐, 명작이라고는 하나… 아무튼. 나중에 땡기면 보게 되지 않을까?

여튼 이 소설은 상당히 흥미롭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미래의 모습은 모두 뭉쳐 놓았다. 인간과 거의 흡사한 지능까지 발전한 안드로이드, 낙진으로 인한 지구 붕괴, 화성으로 이주하지 못한(그리고 하지 않은) 사람들의 암울한 삶. 자만심과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한 살아있는 동물과, 기죽지 않으려고 구매되는 전기 동물들. 머서주의라는, 세계를 지배하는 종교에 완전히 묶여 사는 의존적 인류. 안 좋은 건 모두 묶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패키지?…

그리고 대충의 줄거리.

이 소설에는 안드로이드 사냥꾼이자, 자신의 선임 사냥꾼이 다친 걸 기회삼아 이번에 지구로 몰래 들어온 안드로이드들을 잡아서 한몫 잡아 지금 가진 전기 양이 아닌 진짜 양을 가질 꿈에 부분 릭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안드로이드들을 사냥하는데, 그 속성이 완전히 극으로 나타나는 필 레시와의 만남과, 로젠 연합 소속 안드로이드 레이첼 로젠과의 만남으로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데 대한 혼란이 가중된다.

그리고 다른 면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로는 낙진으로 인해 지능이 퇴화된 인류중 하나인 이지도어가 등장하는데, 릭이 사냥하고자 하는 목표 중 하나이자 레이첼과 같은 유형인 안드로이드에게 반하고 만다.

아 귀찮아.

이런 저런 사건이 발생한다. 머서주의가 단지 배우가 맡아서 촬영한 것이 드러나고 릭은 할부로 염소를 사고 안드로이드들은 릭이 자신들을 은퇴시키지(살해하지) 못하게 하려고 꽁꽁 숨고.

이 글을 읽으며 ‘종교에 대한 비판’, ‘인권에 대한 고찰’, ‘기계와 종교에 의존적이 되어가는 인간’ 등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고 느꼈고,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아, 뭐 이리 글이 길어졌지.

한 마디로 끝내야겠다.

재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