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9월의 4분의 1
단편은 술술 읽히고 맺고 끊음도 쉽기에 내 마음을 잘 다스려주는 것 같아서 좋다. 이번에 구입한 ‘9월의 4분의 1’ 역시 그런 단편들을 4개 묶어놓은 일본 소설이다.
일본 소설은 항상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뭔가 아련한. 그 느낌을 곱씹고 싶어서 난 일본 소설을 집어든느 거겠지.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
-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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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4분의 1
각각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다 보니 분위기도 비슷하고 주인공이 품고 있는 문제 역시 비슷했다.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만이 극단적인 사건으로 작중 분위기를 바꿔서 조금 억지스러운 분위기를 풍겨댔다. 하지만 나름대로 모든 단편 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각 단편들에 대한 기억을 잊을 미래의 나를 위해 작게 써갈겨 놓자면,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 체스 문화 동아리의 남자 둘과 여자 하나의 이야기. 체스 그 자체에 몰입한 ‘나’의 철학적 사유와 그 절친의 엘리트적 기질이 묘하게 어울리며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친구의 파멸과 함께 그 친구의 아내가 되었던 미술사 전공 여자 역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를 지킬 단 하나의 체스말이 자신일 거라 생각하며 사라진 여자를 찾아 나선다.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 : 장기 잡지 편집장이던 ‘나’는 10년이 되는 해 그 일을 그만두고 잡지의 열혈 구독자이던 사람의 아내를 만나러 영국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그 아내(할머니)의 회고담을 들으며 자신과 8년 사귀었던 여자친구와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전화로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동물원의 통화 기준과 펠리컨 회담이 인상 깊었던 글이다.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 : 레드 제플린의 카피 밴드 기타리스트인 ‘나’는 레드 제플린의 노래를 특이한 방식으로 풀어내 부르는 멋진 보컬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삿포로를 떠나 도쿄로 대학 진학을 하게 되고, 그녀는 잠깐 그를 만나러 도쿄로 온다. 거기서 그의 밴드와 함께 그녀는 레드 제플린의 노래를 부르고, 그의 집도 구경하는 등, 반짝이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훗날 삿포로의 대학에 진학한 그녀의 초대장이 와서 그녀의 마지막 노래를 듣고, 또 시간이 지나서 그녀의 삶은 그 날, 마지막 노래를 부른 25세에 끝이 났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 25세까지밖에 못 살거라는 말을 믿고 자신의 삶을 그때까지로 규정지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29세에 죽고, ‘나’는 여자가 자신의 기타 소리를 못 잊듯이 여자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9월의 4분의 1 : 소설가를 꿈꾸던 ‘나’는 결국 소설을 한 자도 쓰지 못하게 되어, 밥솥을 파는 직업을 잠깐 가졌다가 충동적으로 벨기에 브뤼셀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여자를 만난다. 여자가 동양인의 동질감을 믿고 그에게 접근하였고, 그렇게 그녀와 그는 근 닷새간 그녀와 유스 호스텔에서 함께 지낸다. 서로의 상처를 핥다가 그녀는 문득 ‘나’에게 너무 많이 접근을 허용했다고 생각, 9월 4일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나는 9월 4일에 그녀와 처음 만난 광장에서 기다려보지만 헛수고로 끝나지만, 훗날 그 9월 4일이 quatre septembre라는 역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즐거운 독서였던 것 같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