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주동안 꾸준히 조금조금씩 읽어서 드디어 다 읽은 백년동안의 고독. 추천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고전 문학 치고는 재미지다는 말에 혹해서, 그대로 요 최근들어 고전 문학을 읽어 문학적 소양을 늘려야겠다는 내 생각을 자극해버려서, 나는 서울에서 돌아오자마자(아마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낡은 구서밖에 없었기 때문에 떨어질까 내내 노심초사하며 읽어야 했지만.. ㅋㅋ..

잠깐 짬을 내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옛날 책들은 글씨를 작게 해서 한권에 몽땅 때려넣기 때문에 최근의 깔끔한 활자에 길들여진 내 눈을 굉장히 괴롭히는 것 같다. 슉슉 읽혀야 하는 부분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야 하는 듯.. 물론 이건 내 독서법의 문제이겠지만서도.

아무튼 백년동안의 고독은 정말이지 제목직관적이게도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소설은 백년 동안의 마콘도와 부엔디아 가문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들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명 처음 이 책을 집을 때 ‘고독’이라는 단어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이 책을 완독함과 동시에 ‘고독’이라는 단어는 어느 특별한 분위기가 되어서 나를 사로잡았다.

이 가문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가계도가 간결하기 때문에 내용에서 혼잡함은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이름과 관련된 고독’을 타고 태어나기 때문에 이번 인물은 어떤 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모의 고독을 받아들여 오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상당히 즐겁고 안타까웠다.

이 책을 다 읽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알았지만, 네엘란디아 조약과 바나나 농장 대학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그 현실이 이 비현실적인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여졌다는 부분이 특히 놀라웠다고나 할까. 전혀 몰랐다.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이겠거니 하며 읽었지.

아무튼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독과 근친상간, 성격과 특질의 일치 등이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오는 소설인 것 같다. ‘돼지꼬리’에 얽힌 시작과 결말도 굉장히 좋았고.

마콘도의 끝은 내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나는 이 책 속의 백년을 함께 겪어온 것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내가 우르슬라가 된 기분이었다.

근데 정말로 ‘부엔디아 가문의 멸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멸망’이어서, 아이고.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 마지막의 그 쓸쓸함이 아직까지 가슴 깊숙히 남아 있는 것 같다.

재밌었어.

아 그리고 사실 어제 밤, 잠들기 바로 전에 다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