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 읽었다, 이 책. 언제 빌렸더라. 아마 삼주쯤 전에 빌렸던 것 같다. 마침 책도 다 읽었겠다, 어디 읽을만한 책 없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종현이가 이 책 참 흥미롭고 재밌다. 라고 하면서 같이 읽자고 추천한 책. 그게 바로 이 책 소크라테스의 재판이다. 사실 나는 철학에 흥미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책을 고르는데 고민이 있었다. 아마 선독해야 할 책인 소크라테스의 변명조차 나는 읽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종현이가 괜찮다고, 이 책 혼자 따로 읽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는 말에 넘어가서 이 책을 빌려오게 되었다.

이 책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과 크리톤이란 책의 해독서 같은 느낌의 책이다. 전체적인 흐름은 소피스트적 성향으로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 불신론에 빠진 자라는 명목으로 재판에 서게 된 소크라테스의 자신에 대한 변론과 죽음에 임하는 그의 태도를 망라하는 느낌이랄까.

이 책의 초반에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에도 옳은 면이 있지만 유죄 판결을 내린 배심원쪽, 통칭 아테네 측 역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어필하며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그 흥미 돋우는 말에 나는 책 읽는 것에 박차를 가해왔다. 물론 이리도 오래 걸렸지만..

다 읽고 나서의 감정은, 급진적이고 완고한 주장은 세상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 읽을 당시엔 소크라테스의 편이었지만 다 읽을 즈음의 나는 아테네의 편이 되어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선과 정의는 분명 현대 사회와 닮아있다. 아테네의 이득을 위주로 하는 당대의 선과 정의와는 대치를 이룰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사회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재판을 좋게 수습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더 바꾸는 쪽이 세상에 이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뭐, 재미있게 읽었다. 소크라테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이 기쁘기도 하고. 아, 이제 읽을 책은 정해져 있지. 독후감 공모전에 제출할 책을 읽어야 겠다. 헤헤.

다시 아무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