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경주 집에서는 당최 책을 읽을수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여러가지 유혹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뭐 예를 들자면 우리집 강아지라던가, 커다란 벽걸이 텔레비전이라던가. 뭐, 그렇다고 부산에 와서 바로 책을 집어서 읽기 시작했다거나 그런 건 또 아니지만..

이 책은 학기 중에 그냥, 습관적으로 중고 서점에 들어가서 사게 된 책으로, 뭔가 팍 꽂혀서 산 게 아니라 그저 옮긴이의 말 중에 ‘글이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쓴 부분이 있는데, 그 글에 그저 혹해서 산 것이다. ‘한글로 번역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등등의 말로 나를 현혹시켰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어로 아름답다는 말이지, 우리 나라 말로 번역이 되었을때도 아름답다고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ㅋㅋ

여튼 저번에 읽었던 부분부터 다시 읽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읽어내려갔는데, 이 책, 굉장히 몽환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분위기를 팍팍 풍긴다. 현실에서는 감히 제대로 다루기 힘든 일들을 극히 자연스럽게 다루어 나간다. 뭐, 원조교제나 근친상간, 집착이나 스토킹 같은 것들을 마치 평범한 일상이라도 되는 듯이 써내려간 이 작가의 대담성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을 보는 내내 상당히 불편했다. 전혀 그들의 말이,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어 나간 것 같다. 꼭 작가가 ‘평범한 것만이 삶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난 항상 평범한 것을 추구하며 쫒아온 것만 같은데.. 불편했던 것은 그 이유 때문일까.

자, 이쯤에서 간단 내용 정리.

주인공의 엄마는 두번 결혼하고 두번 사별했고 마지막 애인과는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마지막 애인이자 두번째 남편의 어시스트인 치다씨는 선생님이 된 주인공의 제자인 미도리코와 원조교제를 하는 사이. 하지만 돈을 받지 않으면 몸이 뒤틀린다. 그리고 미도리코는 사실 자신의 오빠를 사랑하지만, 선생님인 주인공을 자신의 오빠에게 소개시켜 준다. 그리고 스즈토모는 미도리코를 스토킹하며, 미도리코는 그에게 잠깐 넘어갈 뻔 했다. 주인공의 언니 유리에는 오티히코라는 뚱뚱한 남자에게 집착하게 되고, 오티히코는 껍질에 싸인 채 새롭게 태어난다.

야, 당최 무슨 스토리인지. 하지만 다 읽었고, 생각도 꽤 한걸 보면 그래도 괜찮은 소설이었던 것 같.. 하지만 스토리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은 여전하다.

아무튼 끝. 다음은 얼마 전에 사온![드디어 샀다] 브레이브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