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귀차니스트 탐구 생활
나는 기본적으로 귀차니스트이다. 귀차니스트란, 귀찮음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라고 생각하고 나를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으니, 귀차니스트 탐구 생활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나에게 무척이나 인상깊게 느껴진 건 그다지 이상할 일이 아니다.
나는 중고 서점에 가는 것을 ‘놀러 간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서점이란 그만큼 나에게 안식과 편안함을 주는 곳이었다. 옛날부터 난 만원 이상의 공돈이 생기면 왠지 모를 ‘책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곤 했고, 그래서 서점을 향해 자전거를 내달리곤 했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던 터라 작년 겨울에 이 책을 구매한 것도 그런 명맥의 일환이었다.
책을 사놓고 제대로 완독하지 못한 채 굴러다니도록 방치한 것은 첫째로, 내가 처음부터 언급했듯이 나는 기본적으로 귀차니스트이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한번에 책을 너무 여러 권 사서 그 책들을 하나 하나 독파하느라 짬이 나지 않아서. 이다. 그리고 아마 이걸 붙잡고 읽기 시작할 즈음에는 이런 류의 책, 자기계발서들은 한번에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지금까지 아마 질질 끌어오게 된 것일테다.
아무튼, 처음에 언급했던 말을 끝내도록 해보자. 앞에서 정의한 단어로 귀차니스트를 정의해왔던 나에게 이 책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에서는 귀차니스트를,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무슨 말장난인가. 하고도 잠깐 생각했다. 결국 부지런한 사람 = 궁극의 귀차니스트 라는 말이 아닌가. 뭐, 그래도 관점을 달리 함에 따라서 귀찮음도 그런 식으로 정의가 되는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내용은 쉽게 쉽게 읽혀지고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을 다시 강조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놀란 점 한 가지. 매 장의 마지막 단락에 ‘question’ 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질문들이 핵심을 찌르고 굉장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일 때가 많았다. 생각할 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았다. 명확한 정답이 없었던 적도 꽤 많고.
아무튼 즐겁게 읽었다. 재밌었다.
아,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 제길.
다음 책은 뭐가 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