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양을 쫓는 모험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가 가득한 책이었다. 마치 ‘소설이란 이런 식으로 적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듯한 책이었다. 감상이 쭉쭉 늘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정말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도 안되는 내용을 적더라도 그 말도 안되는 내용에서 현실감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흥미까지 유발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할말을 확실히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하루키는 이 책을 통해서 그 모든 것을 해냈다.
양을 쫓는 모험은 말 그대로 양을 찾아다니는 모험을 하게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가 여성 잡지에 실은 평범한 양떼 사진 한 장이 그의 인생을 틀어놓는데, 무력하고 외로운 그의 삶은 틀어져도 그 이상의 위치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
그는 귀 모델로 활동하는 예지력 있는 여자친구와 함께 뒷세계 재력가인 ‘선생님’의 비서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인한 목적인 등에 별이 그려진 양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현실적이지 않는 소재를 현실에 녹여서 사용한다는 걸 그다지 뽐내지 않으면서도 그것들은 활자 속에서 빛이 났다. 나는 이런 류의, 그러니까 환상 소설 류의 종류가 확실히 취향에 맞아떨어지는 모양이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던 적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는 양을 찾아내고, 쥐를 찾아내며, 돈을 얻어냈으며 현실을 지켜냈지만, 모든 걸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과의 결별은 그의 고독함을 더욱 증폭시켜주는 효과를 일으켜서, 나는 마지막 마침표까지 읽으며 그 여운을 조용히 감상했다.
아, 재밌다. 재밌었다.
아. 그리고 이로써 그때 산 하루키의 소설은 모두 읽었다. 즐거운 독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