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문집의 맛을 처음으로 느낀 책이다. 물론 지금 처음으로 느꼈다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그러니까 군대에서 이 책을 처음으로 접했고, 그때 처음으르 여행 산문집의 달콤쌉싸름한 그 맛을 맛볼 수 있었다. 사진들이 잔뜩 박혀 있으면서 글의 함량은 얼마 되지 않는 이런 류의 책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예전 그때의 나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니 감정으로 범람하는 이 책의 감정이 은연중에 흘러나와 내 가슴을 적셨던 것이다.

아무튼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읽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내가 갖혀 있는 현실의 무게를 감당해 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 현재는 언제나 나를 괴롭게 하고, 과거가 되는 순간 나를 감성에 젖게 하는데, 가장 무거운 감성을 지닌 나의 과거가 바로 여행하던 과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여행담을 읽으면서 내 과거를 끄집어내는, 그리고 미래의 내가 떠날 여행을 상상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 에세이는 나를 굉장히 들뜨게 만든다.

이 책은 여행지들의 멋진 사진들과 멋진 풍경들. 그리고 대단한 사람들과의 환상적인 만남들 같은 화려한 것들은 거의 담겨있지 않다. 작가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여행을 했던 발자취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면이 있다. 화려함은 순간의 추억에 불과하지만 아련함은 그 깊이가 남다르게 나에게 다가왔다. 즐겁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사진과 글을 번갈아 볼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대중적인 면모. 이야기로써 남기 보다는 감성으로써 내 마음에 남는 책이기에 언제 읽어도 새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또 여행이 가고 싶어질 때면, 감성이 그리울 때면, 이 책을 또 다시 끄집어 내겠지.

즐거운 독서 여행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