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키 월드의 또 다른 판타지, 영웅의 서. 요번에 부산에 가서 업어온 책 중의 하나이다. 서울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부산 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짊어지고 나선 길이었지만, 정말로 평범한 일상만을 겪다가 그 일상에 찌들어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게만 되어버렸지. 하지만 유일하게 소득이 있었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책. 중고 서점에 들러서 몇 권이고 산 그 책들이 나를 위안해 주었다.

아무튼 이 영웅의 서라는 책은 이상하게도 청소년 책장에 꽂혀 있었다. 내가 청소년 책장을 기웃거리다가 찾아낸 게 아니라, 그냥 뭐 읽을 거 없나 하는 마음에 미야베 미유키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나온 영웅의 서라는 책이 그 곳에 있었기 때문에 발견한 것이다. 이름만으로도 ‘아, 브레이브 스토리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어서 굳이 찾아본 건데, 역시 다행히도 예상은 맞아떨어졌고 나는 만족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이상해 해볼까. 왜 청소년 책장에 꽂혀 있지??

이 책은 두권으로 되어 있는데, 유리코라는 소녀가, 친구를 찌른 자신의 오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가 주된 골자이다. 그 와중에 그녀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의 범주에 속하는 오빠가 왜 그런 짓을 벌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영웅에 씌인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그녀는 올 캐스터가 된다.

그녀가 아쥬와 소라, 그리고 애쉬와 함께 하는 여행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반전 또한 매력이 있었고. 미유키님이 하고자 하는 말 역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오는데 그것들에 심취해서 나는 현실과 책 속의 이야기를 혼동할 뻔도 했다. 그만큼 즐겁게 있었던 탓도 있지만, 정말로 현실에 있을 법한 내용들을 거침없이 서술한 미유키님의 뛰어난 작문 스킬도 그것에 한몫 단단히 한 것이 틀림 없다.

여튼 마지막은 내 생각보다는 어둡게 끝이 났다. 독자들이 바라는 바대로 엔딩을 내고 싶지 않다는 건 많은 작가들의 욕심인가보다. ㅋ..

재밌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생각했다. 비루한 내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멈춰진 시간 가운데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