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중고 서점에 들러서 업어온 책 1호. 여행의 기술. 저번주 일요일에 샀으니까 4일 정도만에 다 읽은 셈이구나. 그렇다고 해도 월요일은 안 읽고 화요일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지만.

일단 사기까지의 과정을 조금 기술해보자면, 주말동안 경수 집에 놀러가서 일요일까지 놀아버린 나는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11시다.) 즈음에 슬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경수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중고 서점이 눈에 자꾸 밟혔기 때문이다. 서점, 그 중에서도 중고 서점은 이상하게도 나를 끄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서면의 알라딘 중고 서점도 자꾸 나의 발걸음을 잡아채서 곤란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튼 운명의 장난처럼 나는 그 중고 서점으로 갔는데, 저번 회기에 있던 중고 서점(거기서는 연애시대를 샀었다. 그것에 대한 독후감은 전의 글을 참고..)보다 좀 더 커보였다. 그래서 우선 기술 서적부터 볼까 하는 마음이.. 저번 회기의 중고 서점에서는 내 마음에 차는 기술 서적은 커녕, 기술 서적에 한해서는 정말 옛날 책들밖에 없어서 그냥 완전히 마음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곳에서는 최근 기술 서적 몇 권을 보기도 했다. 그 중 한 권은 당연히 내 손 안에 들어와야 했고. 게임 매니악스 탄막 게임 알고리즘이라는 책인데, 공부할 책은 늘어가는데 공부는 안하고 있구나. 제기랄.

이 날 중고 서점에서 산 책은 지금 이렇게 독후감을 적을 준비를 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방금 말한 그 기술 서적, 두 권이다. 계산 하려는데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가 있길래 고민.. 이었지만 곧 고민을 거두고 원래 사려고 했던 책들만 구입.

그리고 지금. 여행의 기술을 모두 읽었다.

나는 여행 에세이라면 무릇, 자신이 겪었던 여행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관념이 박혀 있었다. 여행 에세이. 바꿔 말하자면 일기 아닌가? 물론 좀 더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일기 그 이상이 되기 힘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달랐다.

드 보통은 여행에 대한 통상적인 생각을 거부하며 생각의 관점을 바꾸는 것에 치중했다. 그 관점이라는 것에는 여행이 지칭하는 범위도 포함하고 있었다. 굉장히 좁은, 세속적인 생각의 틀을 부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주제가 아닐까 한다.

그는 철학자답게 여러 사유들을 섞어서 글귀화 시켜 보였고 다른 많은 예술가들의 글들을 예시로 들었다. 그리고 그런 객관적인 자료들과 자신의 생각이 잘 어울어지며 나는 그 글귀들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좀 읽기는 껄끄러운 문체였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여행 에세이와는 분위기도 많이 달랐다. 그렇지만 독특한 내용 구성과 주제는 제법 흥미롭게 읽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모르겠네. 이 사람의 글이 나와 맞는지 아닌지는. 다른 책을 한 권 정도 더 읽어봐야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빨리 자야겠다,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