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화차
역시나.
역시나아.
어김없이, 후회없이 책을 덮게 된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 그리고 문제.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건. 미야베 미유키님의 추리 소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것들이 이 책에서도 수수하게 활자를 수놓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여운에 한참동안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보고 있어야 했다.
미미여사님의 책에서 어김없이 드러나는 가정적인 면모 역시 굉장히 따뜻하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추리하는 주인공이 한편으로는 따뜻한 가장으로써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왜 이리 뿌듯한지. 미소를 짓고 보게 된다. 이런 두 가지 면이 전혀 이질감 없이 섞인다는 점에서도 참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90년대 일본의 대출과 신용에 대한 문제를 이슈로 삼아 쓰여진 글이다. 주인공은 다리 부상을 입은 형사로, 아내를 여의고 양자와 중년 남성 가정부와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아버지이다. 형사라는 직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 역시 사건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모양이다.
이 책의 진정한 이야기는 이 책 초반부에서 아내의 사촌오빠의 아들(결국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함도 매력이다. ㅋ)이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달라고 하는 데서 시작된다. 주인공 혼마는 편한 마음가짐으로(아마도 다리가 다쳐서 일을 쉬는 중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그의 약혼녀를 찾아 나서는데 일은 점점 꼬여가고 미스터리는 쌓여만 간다. 의문이 증폭된다. 그 와중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던 교코의 모습을 혼마의 끈질긴 추리를 통해 쫓아가는 게 참 즐겁다.
미유키님의 소설이 의례히 그렇듯이, 천천히 실타래 풀리듯 풀려가는 사건의 진면목은 날 소름 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으. 아직까지 소름 돋는다.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라는 말과,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내용에서 공감을 했다. 나도 조심하지 않으면 이런 삶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되겠지.. 하고 조심스래 생각해 본다.
아무튼, 오랜만에 읽은 소설은 역시나 흡입력 있구나. 싶다. 시간을 들여서 꼭꼭 씹어서 결국 다 읽었네. 재밌네, 재밌어.
산 책을 하나 하나 정복해 가는 기분도 참 유쾌한 것 같다. 근데 템포가 너무 빨라서 책 읽는 것 이외의 일을 제대로 못하니 이것도 이것대로 문제. 천천히 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