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이 책에 대해 분명히 어딘가의 글에서 언급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이 게시판에서 검색을 해봐도 이 책에 대한 흔적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결론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 첫번째는 홈페이지에 올린 게 아니라 일기장 등에서 언급했다. 이건 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일기장은 정말로 무심하게 쓰기 때문에 언제 무얼 썼는지의 기억이 상당히 혼선을 일으킨다. 그러니 홈페이지에 쓴 글인지 일기장에 쓴 글인지를 헷깔릴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검색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것. 내용에 체크하고 곶, 무지개곶, 찻집 따위로 나름 검색했지만 검색 기능이 먹통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걸 일일이 확인해 볼 정도로 철저히 검색을 하진 않았으니까…

뭐 이런 의문점들이 발생하긴 하지만 사실 이런 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하등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내가 이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이 굉장히 내 취향임을 알리고 싶은 것이니까 굳이 내 의견을 길게 적자면 저런 주제보다는 이런 주제가 어울릴것이다.

언제 읽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독후감을 쓰기 전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학교 도서관에서 머리 식힐 겸 빼서 읽은 이 책은 굉장히 내 취향이었다. 나는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큰 세계(굳이 따지자면 크지 않아도 된다.)를 이루는 류를 굉장히 좋아한다. 단지 한번의 언급이라도 다른 이야기의 소재가 이 이야기에서 언급이 된다면 왠지 모를 전율이 흐른다. 같은 맥락 때문에 닷핵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굉장히 내 취향이었던 이 책은 내 뇌에 깡 박혀서 다시 읽어봐야 하는 책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던 와중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사실 이책을 발견한 건 한참 전이었지만 쉽게 빼지지가 않았다. 구매를 해야 하는데 한번 읽었던 책인지라 구매가 망설여진 것이다. 몇번을 그냥 지나쳐서 결국 이번 금요일에 구매를 단행했는데 역시 망설여지는 일은 빨리 끝내버려야 속이 시원한 법이다.

그리고 오늘 선제선배랑 청계산 가기로 하고 선배 기다리면서 잠깐 읽기 시작했는데 고대로 퐁당 빠졌다. 역시 내 취향은 내 취향인 모양이다. 무지개 곶에 모이는 사연 가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데 뭉쳐져서 가슴에 꽂히는게 굉장히 따뜻했다.

잠깐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이름 없는 곶에 생뚱맞게 세워져 있는 곶에 있는 찻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잠깐. 나머지는 나중에 이어쓰도록 하겠다.

그래놓고 또 잠깐 틈이 남았네. 아무튼. 이 찻집은 굉장히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사연을 감춘 저녁놀의 무지개 그림. 그리고 그의 조카인 고지가 있다. 그들이 자신들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도 다른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보듬어주는, 그리고 주인공들의 흔적이 하나 하나 가게에 쌓이며 가게의 시간이 흘러가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무척 다양하다. 아내를 여의고 딸과 함께 무지개를 찾아나선 도예가 아빠. 구직이 잘 되지 않는 작가지망생. 사업에 망하고 좋은 칼 하나만 남은 초짜 도둑이자 칼갈이. 그리고 할머니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고지. 그리고 할머니. 많은 주인공들이 이 이야기의 전체 윤곽을 만들어간다.

그런 윤곽이 즐겁다. 유쾌하고 따뜻하게 내 마음을 힐링해주었다. 만약 지금 당장 힐링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길 권해주고 싶다.

예전엔 마음에 드는 책을 여러번 읽었었는데 요즘엔 독서욕심에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아무튼 하루만에 슝- 소설은 빨리 읽혀서 기분이 좋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