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규진이가 우리 집에 놀러왔던 날. 나는 눈여겨 봐두었던 북카페로 가자고 제의했고, 규진이는 별다른 이견 없이 나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항상 내가 출근하는 길 바로 왼쪽에서 나를 잡아끌던 북카페로, 언젠가 한번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하면 책을 한 권 준다는 광고 글귀 때문인데, 실제로 지금 막 다 읽은 이 책을 얻었으니 잘 갔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이 날 이 카페, 토끼의 지혜에서 얻은 책은 두 권으로, 한 권은 이 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이고 다른 책은 규진이가 고른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 라는 책이다. 카페에서는 포인트제를 활용하여 책에 포인트를 적어두고 일정 포인트 이하의 책만 고를 수 있게 해두었었고, 그 중에서 나름 고민하여 고른 책이었다. 규진이는 별 생각 없이 골랐는데 포인트가 운 좋게 맞아떨어졌었고. 신기했지, 참.

그렇게 고른 책을 이렇게 오랜 시간 묵혀둔 이유는 너무나 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구매한 책은 한 번은 꼭 읽어야 하는 나로써는 내 의지가 더욱 크게 반영되어 구매된 다른 여타의 책들을 두고 이 책을 먼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무진장 땡겨서 업어온 책도 아니었기 때문에.. 변명이겠지만.

그렇지만 결국 내가 사둔 책들이 모두 동나고 나선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집어들 수밖에. 짧은 소설처럼 보였기 때문에 당연히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활자 속으로 눈을 파묻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이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냥 이름이 익숙하니 유명한 소설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업어왔다고 할 수 있다. 다 읽고 항상 그렇듯이 책에 대한 검색을 하고 나서야 이 책이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이나 유명했구나. 뭐, 옛날 베스트샐러였다고 하니.

이 책은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불륜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불륜’을 미완성화 시킴으로써 가슴을 울리게 만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난 내 나름대로 내가 보수적이라 생각해 왔고, 불륜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프란체스카의 편이었고, 로버트의 편이었다. 떠나기를 바랬다. 불륜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다. 이렇듯 사람이란 감정 이입하는 대상에 따라 자신의 정의마저 쉽사리 바꿀 수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저 내가 줏대가 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

이 책의 시작은 ‘매디슨 카운티 다리’에 대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가지고 온 나이 지긋한 자녀에게서 소설가가 제보를 받는 데서 시작한다. 책을 다 읽고도 이 이야기가 실화인지 아닌지 무진장 헷깔렸던 전초가 되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찾아보니 실화는 아니라고..) 현실감을 팍팍 실어주는 좋은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소설가가 각색하여 적은(이라고 표현되어지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나흘간의 사랑 이야기는 굉장히 뜨겁고, 또한 굉장히 안타깝다. 결국 마지막까지 자신의 책무를 다 하고 살아간 프란체스카의 모습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이런 많은 감정들이 이 짧은 책 안에서 이루어지다니. 신기할 따름.

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W.B.예이츠라는 시인은 실존하는 존재였구나. 책 내부에서 이 시인의 시가 소개될 때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호쿠토의 아이디이자 닷핵 BBS의 정체불명 시인인 W.B.예츠. 허. 참.

아무튼 의외로 굉장히 즐거웠다. 눈물도 찔끔 ㅠㅠ..

한번 가 보고 싶네. http://isbn895.egloos.com/m/1056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