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다. 금요일은 책 사는 날이라고 심리적으로 지정해두고 있던 나였기에 아무리 술을 뱃속에 퍼부었어도 중고 서점에 가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다이어리에 적어두었었고..(결국 술을 마셨다는 핑계로 인해 어제도 오늘도 다이어리.. 자꾸 다이어리라고 표현하지만 실은 플래너인 그 곳은 공란으로 남게 되었지만. 자기 전에 재빠르게 정리해 버려야겠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굉장히 정신 없는 상태로 책을 골라야 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소위 안전빵이라고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 미야베 미유키님의 스텝 파더 스텝을 구매했다. 얼핏 본 줄거리로는 도둑을 아빠로 만드는 프로젝트.. 정도였던 것 같은데. 뭐, 누가 쓰신 글인데. 재미있겠지. 하는 기분으로 구매했다.

사실 생각해 보니 두 번째로 고른 이 책도 첫 번째와 맥락을 달리 하지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접한 심리학 책(아닐 수도 있다. 처음으로 ‘인상 깊었던’ 심리학 책일지도..)인 그림으로 읽는 생생 심리학이 굉장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네임밸류를 믿고 구매한 느낌인지라. 사실 ‘아.. 이 책 하나만 구매할까..’ 하고 포기하고 있던 차에 새로 들어온 책 부분에서 눈에 박히듯이 이 책이 들어왔다. 뭐, 그런 이유로. 결국 모험 하나 해보지 않고 재미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책들만 구매하게 된 셈이다.

먼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쉽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일상을 재미있게 풀어서 심리학을 설명하는 그 깃털같은 가벼운 느낌. 그 느낌을 즐기려고 이 책을 먼저 끄집어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씻고 의자에 앉아서 머리 어지럽지 않는 책을 즐긴다. 주말이라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는가?

그렇게 읽고 또 오늘 가리라 마음 먹었던 유채꽃 섬, 반포 서래섬까지 가서 또 읽었다.(정확하게는 서래섬에서 읽은 게 아니라 서래섬 다 구경하고 나와서 한강공원에서 읽었다.)

그렇게 하여 오늘 안에 독파 완료. 당연하지. 이렇게 가벼운 책은 하루만에 읽는 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남녀 관계에 관한 심리학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중간 중간에 솔로들을 위로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를 삽화들이 가끔 들어가 있었는데 그게 참.. 부글 부글.

하지만 아무리 ‘연애’에 치중하려고 해도 ‘연애’만으로는 이 얇지 않은 심리학 책을 가득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문제로 인해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착한 남자 신드롬,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심리적 소심함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아, 격하게 공감한 것은 말할 여지도 없다. 킁. 난 참 기본적으로 소심한 사람인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슥슥 읽고 나서 책을 덮고 집으로 터덜 터덜 돌아왔는데, 그 끝 느낌은 아무래도 처음의 ‘생생 심리학’ 만은 못한 것 같다… 하는 내 개인적인 생각. 아니면 추억 보정일지도 모르지.

그랬다.

아 그런데 이렇게 일찍 다 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드는구나..

독후감도 늦게 쓰는 주제에 고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