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이럴 때가 가장 짜증난다.

이 책 읽었던가? 안 읽었던가? 왠지 느낌상으로는 군대에서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 애매모호함. 어디 정보를 검색해서 알아낼 수도 없는 일이고. 혹시나 해서 옛날 다이어리(플래너)를 슥 훑어봤지만 이 시기의 나는 완독한 책의 이름을 기록해 두는 습관은 없었던 모양이다. 다이어리(플래너)를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5년째(2010년부터 썼으니까.)나 되었으니까 쓰는 습관이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뭐, 말이 또 구멍난 물통 속 물처럼 줄줄 새는데, 아무튼 읽어본 것 같은 아련한 감각만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읽어나갔다. 뭣보다 미야베 미유키님의 소설! 당연히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할 말 없음.

어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의 주인공은 도둑이다. 늙은 변호사 아버지의 정보를 토대로 있는 집에만 스며들어 돈을 훔쳐내는 소박한 도둑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한 때의 벼락으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벼락을 맞은 밤손님을 친절하게 간호해주며 자신의 대행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간청 혹은 협박하는 쌍둥이에 의해 그는 어쩔 수 없이 매 이야기마다 쌍둥이들에 엮이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 하나 하나마다 주인공의 고요한 기지, 그리고 아버지의 정보력, 쌍둥이들의 힌트 등을 소소하게 조합하여 해결해나가고, 돈을 훔쳐내며, 삶을 이어나간다.

이 점이 재미있다. 도둑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역시 사회파 미스테리의 여왕님 미유키님의 소설은 추리의 형식을 띄고 있다. 소소한 인간관계들의 재미도 당연히 잊지 않았고. 그 호기심과 훈훈함에 열심히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다 읽고 나서는 ‘아 이런 애매모호한 엔딩이라니.’ 하는 기분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엔딩, 싫어하진 않지만 후련하지 않아서 좋아하지도 않는다구….

그래도 쌍둥이와 주인공의 관계를 확실히 맺음 지었다면 씁쓸하거나 반대로 기쁘지만 현실감 없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뭐, 애초에 도둑과 쌍둥이의 관계가 현실감이 없긴 하지.

아, 다 읽어 버렸네.

오늘 다시 한 번 서점에 가 봐야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