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사람에게 있어서 오감을 곁들인 무언가는 과거를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바다의 짠내’라거나, ‘만개한 벚꽃나무들’, 혹은 ‘달콤짭짤한 찐감자’ 같은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를 가득 품고 있어서, 우연찮게 그런 것들을 조우하면 괜히 기분이 센치해진다. 그렇게나 오감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막대함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의 나 자신보다는 그 ‘오감이 깃든 무언가’들을 합친 것이 과거의 나와 더욱 밀접하진 않을까 하는 공허한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그런 감각들 중, 미각에 의존한 에세이 묶음이다. 음식에 대한 설명에 곁들인 저자의 과거 회상들이 이 책의 주된 골자인데, 저자 역시 과거에 대한 흔적을 오감에서 찾고 있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음식 사이 사이에 끼여져 있는 잊어버린 책갈피를 찾아내는 것 같은 미묘하게 황홀한 기분을 저자는 살살 긁어대며 독자들에게 자랑한다.

‘나는 이런 시대를 살았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있다. 마치 마법의 힘이라도 지니고 있는지 이 단어는 사람들의 ‘가장 빛나던 때’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청춘에 몸 담그고 있고 한 발자국 정도는 남아있다. 라고 주장하고 싶은 내가 말하긴 조금 민망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도 ‘가장 빛나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반대쪽에 세워진 비석과 같아서, 닳지는 않지만 닿지는 못한다.

그런 그리움의 감정을 가득 담아서 저자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 활자로 옮겨 놓았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 아닐까..

뭐, 내용과는 별개로 기자 출신 분들의 글은 좀 직설적인 면이 있다. 그냥 읽어나가다 보면 직설적인 감정 표현에 조금 낯뜨거워 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역시 가끔은 산 위에 올라가서 맘껏 소리지르는 기분으로 이렇게 감정을 마구 분출하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이런 류의 책은 그런 감정 분출의 충분한 대체제가 되어준다.

보다가 졸다가 해서 꽤 오래 읽었지만, 아무튼 즐겁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저자처럼 나도 과거를 되짚어 올라가며 센치해졌다. 또한, 요리가 해보고 싶어졌다. ㅋㅋ

오랜만에 ‘약간은’ 기운을 내서 독후감을 적어봤지만(센치한 기분 때문이다.) 나중에 읽으면 굉장히 부끄럽겠지, 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