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알랭 드 보통의 두 번째 책이 된 일의 기쁨과 슬픔. 뭐랄까 작가 각각을 카테고리로 나눠서 이렇게 카운트를 해 나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나에게 있어서 드 보통의 글에만큼은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질 만 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읽기가 굉장히 껄끄러우면서도 이상하게 그의 글 읽힘 속도가 내 글을 비추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준에 있어서의 내 글은 수준 이하겠지만 적어도 가독성에 있어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주제는 여러 미사여구와 비유를 끊임없이 쑤셔넣는 작문법의 효용성에 있다. 일단 문구 자체는 굉장히 멋있고 화려하다. 가끔 감동이기도 하다. 그런 비유는 가슴을 쿡쿡 찌르면서 그 속에 자리를 잡아 버린다. 하지만 그런 비유를 건지기 위해서 희생하는 가독성은 참혹하리만치 잔인하다. 슥슥 읽히지 않는 기분은 정말이지, 답답하다. 눈알이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이전에 여행의 기술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애매모호한 기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해졌다. 그래, 가독성에 있어서 나의 글과 그의 글이 비슷한 수순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글이 ‘좋은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글은 나와 크게 맞진 않는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내 글을 다시 읽을 때면 위화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그래도 읽으면서 크게 곤혹스럽거나 화가 나진 않았으니까 ‘나에게 있어서’(여기에 강조를 두고 싶다..) 그의 책이 절대 집어서는 안될 책은 아니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오히려 가끔 읽고 싶어질지도 모르지..

계속 드 보통의 책과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해댄 것 같은데, 이제 이 책에 대한 주제로 돌아가도록 하자.

이 책은 제목의 뉘앙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된다. 사실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하긴 힘들지. 일의 종류들에 따라서 글타래가 나뉘어져 있고 각각은 ‘일’이라는 주제만 공통적일 뿐이다. 그리고 각각의 글타래들은 드 보통의 관찰자적, 시간적, 공간적 시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드 보통의 사유적 표현이 맛깔나게 들어가는 것은 당연.

‘일’이라는 단어의 그 묵직한 느낌은 드 보통이 찾아다닌 직업들에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일종의 화려한 직업들은 ‘일’이라는 단어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내 사적인 시각이 그의 적절한 선택에 호응한다.

그 일들을 언급해 보자. 화물선 관찰, 물류, 비스킷 공장, 직업 상담, 로켓 과학, 그림, 송전 공학, 회계, 창업자 정신, 항공 산업. 모두 평소에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 직업들이다. 그 각각의 일에 큰 의문을 두지 않은 이유는 의문이라는 것이 관심과 항상 함께 다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결과물에 만족할 줄만 알지 그 과정에 대한 관심은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그런 관심의 부재에 포커스를 맞춘 모양이다. 시덥지 않은 여러 작업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그는 일상을 가득 메운 그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의식적 고취를 일으키길 바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그 무궁무진한 비유들에 휘둘리며 열심히 활자들을 씹어 넘겼다.

뭐, 그런 내용이다. 비록 옮긴이가 ‘이 책은 그의 다른 글들에 비해 좀 풀려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지만 문학적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지 나는 잘 모르겠수다.. 라는 느낌. 즐겁게 읽었고, 다른 직업에 대한 그 평범한 미학에 조금 감동받았다.

다음에도 아마 땡기면 또 사게 되겠지만, 당분간은 안녕. 알랭 드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