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선배의 추천으로 들입다 구매해버린 그리스인 조르바. 거의 1주일? 동안 붙들고 열심히 꾸역 꾸역 집어 먹었다. 그리고 오늘. 기분이 영 꿀꿀해서(그러니까, 그런 거다. 월요병이라고 하나?) 산책을 해야겠다 마음 먹고 한강 공원으로 걸어가서 열심히 읽어대니 결국 다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국수 빨어먹듯 후루룩 먹어버리긴 좀 아까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읽을 수 있을 때 다 읽어야지. 그런 마음가짐이 좀 있었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조르바의 명석한 통찰에 감탄했다. 그 통찰이란 것은 일상 속에 녹아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부분을 노려보고 있었다. 주인공이 ‘내내 책을 읽으면서 갈구하던 것’을 조르바는 경험으로 얻어냈고, 주인공은 그것에 질투를 느끼는데, 그게 바로 내가 느끼는 것이었다! 책을 통해서만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욕심일까? 물론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역시 다른 사상이나 철학에 자신을 완전히 던져버려서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보다는 ‘자신다움’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뭐든 맹목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하면 그건 ‘맹신’, ‘신봉’ 등, 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단어로 표현되곤 하니, 썩 유쾌할 수는 없을 터.

조르바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주인공은 항상 어딘가에 자신을 얽메어 놓고 살아간다. 이 책이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놓은 감이 있다고는 본다. 어딘가에 얽메이지 않는 사람은 ‘자유 방임주의 체제’와 닮아있지 않은가? 그 사상의 유려함과는 대비되게도 사상은 실패했다.. 이 책도 그런 ‘긍정적인 상상’으로 자신의 사상을 주입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르바의 입지와 영향력이 너무 뚜렷하여, 결국에는 그 모습에 반하게 되어버리는 것 같다 ㅋㅋ

주인공이 표현했듯이 조르바는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이다. 말 그대로 그를 어른과 아이 둘 중 하나로 치부해 보자고 한다면 아이 쪽에 가깝다. 조르바를 믿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며 그 만큼의 결실을 얻어낸다. 그런 아이다움과 거칠것 없는 표현 등에는 뭐랄까 나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아무튼 재미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어른이 되어라’고 언제나 충고하는(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말이다.) 조르바의 말은 나에게도 약간 영향을 미치게 된 것 같다.. 난 언제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