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열병이라, 누군가가 말했다. 열병에 걸리면 그 병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떠나서 심하게 앓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재수가 없다면 그 열병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의 막이 완전히 내려가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 열병에 대한 극단적인 형태를 그대로 활자로 자아내었다.

낯이 뜨거워서 제대로 상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도 이런 적이 있었다. 하루종일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열망이 아픔이 되어서 내 손톱 밑에 박혀 있었다. 괴로웠고 가슴이 답답했다. 생각만으로도 만감이 교차했고 아침에 눈 뜰 때, 밤에 눈을 감을 때 항상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튼 베르테르와 흡사한 경험을 한 셈이다. 그 경험에 대한 말로가 이렇게나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만이 다를 뿐. 그가 내용 속에서 언급한 비유마냥, 병이란 이런 점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은 차츰 차츰 나아지지만 어떤 사람은 시나브로 죽어간다.

그의 극단적이고 낭만적이며 감성우선적인 모습에는 무척이나 소름이 돋았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무엇이든 하나에 그렇게 크게 집중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인 것이다. 집중한 만큼 강력한 힘을 내제하고 있다.

그의 감정에, 사상에 공감하면서도 공감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집중의 차이. 그렇다면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감정과 경험을 몸소 깨우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제길.. 굉장히 씁쓸한데.. 킁.

그의 비사회적인 경향과 로테에 대한 열망이 좋지 않은 시너지를 내면서 결국 그의 이야기의 끝은 비극으로 치닫게 되었고, 이미 결말을 완벽히 알고 있던 나는 고개를 저으며 책장을, 아니 화면을 넘겼다.(아이패드로 봤으니까! 깨알 자랑.)

그가 악을 써가며 억지 비유를 해대는 모습에서 슬픔이 느껴질 정도이다.

아무튼 즐겁게 읽었으되, 사랑에 대해, 그리고 집중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진 것 같다.

독일에 있을 때 괴테 생가에 간 게 여행의 시작이었는데. 같은 잡생각도 하면서. 아 씁쓸한데 여행 생각을 하니 여행이 가고 싶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