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의 책을 처음으로 다 읽었다. 그 낭만의 재즈시대의 대변인인 피츠제럴드와 마치 라이벌인 마냥 자주 언급되는, 말년에는 힘겨운 삶을 산, 뭔가 강인한 남자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헤밍웨이는 솔직히 말하자면 외면적인 느낌으로는 전혀 끌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원초적인 남성상, 즉 극단적 마초이즘의 화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인데, 내가 나약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부분을 속에 숨기고 살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강렬하게 남성향을 내뿜는 남자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의 책, 노인과 바다 역시 그런 남성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이었다. 간결한 문체와 강인한 감정 표현 등을 통하여 노인의 육체적, 심리적 고난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책. 사실 옛날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아무런 감흥 없이 읽어치웠을 것이다. 그 예전이라는 잣대가 상당히 짧다. 군대 때만 해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사물을 인지하는 법. 나는 내 상황과 바다를 비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고 그 결과 헤밍웨이에 대한 거부감은 어느새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간결하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서 큰 청새치를 힘겹게 낚아올리고 돌아가는 와중 여러 상어떼의 공격을 받아 청새치를 모두 잃어버리게 되고, 노인은 상처만 남은 채 아이의 위로를 받는다. 내용만 보자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막상 읽고 나니 느껴지는 바가 상당히 강렬했다. 뭐랄까, 스타트업 게임 회사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랄까. 스타트업 게임 회사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낚아 올려 게임을 만들어내면 많은 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게임을 표절하고, 스타트업 게임 회사는 폭삭 망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노인과 바다와 거의 똑같다.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뒷맛이 굉장히 씁쓸하다. 입을 헹구고 싶을 지경.
그가 청새치를 대우해주는 모습과 상어들과 처절히 싸우는 모습, 노인의 강인함 뒤에 숨겨진 나약한 면들. 아이를 간절히 그리는 마음(아, 마치 집 나온 내가 엄마를 그리듯이.) 등. 감정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만 같은 그의 외관적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나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역시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인가..
아무튼 재미있었고 생각할 것도 많았지만, 머리가 어지러워서 완벽하게 집중하진 못한 것 같다.. 역시 책은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읽어야 하는 법이다. 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