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철학하라
리디북스에서 할인을 하길래, 그리고 좀 더 그에 어울리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한 일환으로 구매한 책. 철학하라. 이 책을 구매할 내 생일날, 7월 25일만 하더라도 이 책을 이렇게 오래 붙들고 있을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자 도서의 특성상 이 책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쉽게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710쪽으로 이 책은 상당히 굉장히 두꺼운 책에 속했다. 더군다나 ‘생각’을 통한 책의 전개는 나에게 크게 익숙한 독서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다 읽고 나서 만족스럽게 책을 덮은 이유는 그래도 철학의 필요의의를 조금이나마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저 철학들의 요약본 + 저자의 생각이 혼재된 책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과 의의를 찾아냈다면 아무튼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사실 이 책을 다 읽기가 두려웠다. 품고 있는 내용이 너무나 방대해서, 도저히 한번의 독서로는 그 모든 것을 섭렵할 수 없겠구나. 그러니 독후감은 아무리 잘 쓰려고 해도 비루해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절망감의 일종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몇십쪽 밖에 남지 않은 책을 토일요일 계속 붙들고 있었던 이유이다.
그렇지만 끝은 언제나 존재하고 생각의 전개, 책의 활자 등등이 모두 그러했다. 나는 결국 책을 끝냈고, 결국 독후감을 쓰고 있다.(하루 미뤄서 쓰는 이유도 사실 그 부담감과 절망감이 적절히 혼합된 이유이다.)
책을 읽으면서 줄을 긋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는 그저 책이 망가지는 것이 두려웠고, 머릿 속에 각인시키면 그걸로 만족이다.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무지에 비롯된 행동인지 알 수 있었다. 내 조악한 머리는 그 많은 내용을 일일이 박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좋은 책들을 읽게 될지 모르는데 그것을 요약하지 않고 핵심을 정리하지 않는다니.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행동이었지. 책 중반부터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이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눠져 있다. 첫번째, 동양 편에서는 자아 성찰과 그에 관한 내용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사실 나는 동양 철학에 대해 약간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예의범절이나 지키라는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지 않겠느냐 하는. 그렇지만 유교, 법가, 성리학 등의 생각을 거치면서 그 내용에 굉장히 빠져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고, 그 생각들에 일일이 반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양 편. 국가론, 자유론 등등의 내용들로 옛 고전이 이야기하는 철학과 지금의 상황을 대조하는 즐거움이 이어졌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으면서 꽤 심한 충격도 받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들고 일어섰는지 이해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여기 저기서 신선한 충격과 생각의 반전들이 발생했다. 그 생각의 이어짐이 즐거웠다.
마지막 서양편, 세계 밖으로 나아가다 는 정치와 과학으로 나눠진 내용들로, 현실에 빗대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성이었다. 특히 과학에서는 근대 과학과 세계 2차대전의 위태로운 상호 존립 상황이 흥미로워서 빠르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아, 대충 정리를 마쳤는데.. 후. 아무튼 읽으면서 정말 즐거웠다. 생각할 게 정말 정말 많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즐거웠다. ㅋㅋ
이걸 기반으로 다음으로 읽을 책 역시 멋지게 읽어나갈 수 있었으면…. 아무튼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필연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