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라에 이어서 읽은 두번째 철학책인 ‘내가 아는 것이 진리인가’는 1996년에 출간된, 꽤 오래된 책으로써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텍스트북을 epub으로 만들어서 아이패드에 넣어둔 책이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펼칠 때는 고전 혁명을 읽을까, 아니면 이 책을 읽을까 굉장히 긴 갈등을 하고 있었다. 일단 처음에 펼친 책은 고전 혁명이었는데, 어떻게 이 책을 펼치고 보니 왠지 이 책이 더 땡겨서(뭐 잘 읽혀진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그냥 ‘땡겨서’..) 이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현실 논쟁거리를 가지고 와서 그것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 두 가지에 대한 입장을 가져와서 독자를 사유의 세계로 밀어넣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실 96년도 책이기 때문에 그때 당시의 사회적 문제가 많이 대두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21세기의 일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다. 아무튼 계속해서 그런 극단적인 의견 두 가지를 놓고 대립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생각의 흐름이 허무주의로 환원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실제로 읽고 있는 와중의 나도 허무주의자가 될 뻔 했으니까.. ㅋㅋ.. 하지만 책 내에서도 허무주의에 대한 조심을 환기시켜주기도 하고, 실제로도 허무주의는 실제에 전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까 아무쪼록 내 안에서는 배척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의 특징이랄 수 있는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쪽이 특히 굉장히 재미있게 읽혔다. 주제에 관해 하나의 글을 던져주고는 그 후에 꼭 그 주제에 관해 창민, 석규, 진실이 나와서 각각의 입장을 표명하는데, 그 주제를 확실히 정리하고 잡아준다는 느낌에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 각각에 개인적으로 마음 속으로 반박도 해볼 수 있었고. 그리고 간간히 그 캐릭터들이 남성우월주의를 은근히 까내리는 부분(진실이에게 ‘여자가 어디서 끼어드냐’고 하니 진실이가 여성 비하 발언이라고 무참히 까내린다거나 하는 부분)이 뭔가 재밌었는데 누나가 패미니즘이 확산된 시점이 90년 후반대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 게, 아무튼 꽤 신기했다.

이 책의 주제들은 꽤 많은 범위를 포괄한다. 사회, 과학, 경제 등등. 철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폭넓고 깊은 생각을 요하는지, 읽으면서 점점 견문이 늘어가는 기분…. 예전이라면 하품을 쩍쩍 하며 읽었을텐데.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지만 철학 책은 생각의 깊이가 필요해서 그런지 꽤 오래 읽히는 것 같다. 이렇게 읽힐 거면 철학 책도 읽고 다른 책도 병행하는 식으로 독서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은 기분…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철학하라를 읽으면서도 다른 책을 섭렵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라던가, 좋은 코딩 나쁜 코딩 같은 책들이 그 한 예.

아무튼 생각의 깊이를 마치 물이 샘솟아오르길 빌며 우물을 파내려가는 것처럼 파내려가고 있자니 발전적이라 참 기분이 좋은 것 같은 느낌같은 느낌….!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