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책을 한 권 다 읽었다. 요즘 계속해서 책을 완독하는 텀이 길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내 일상이 헝클어져서 제대로 틀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 내가 칸트 정도로 습관 유지를 잘 해나갈 수 있는 위인도 아니고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긴 당연하다. 사람이란 항상 변화되는 인과관계에 의해 나 자신의 잣대를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변화에 맞춰서 내 계획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나아갈 길이라는 것이지. 하지만 그 ‘변화’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 걸 보니, 나도 참 행동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구나 하고 자괴감이 든다.

아무튼 어제,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 서점을 검색해 봤는데 그렇게나 열망하던, 지금은 절판된 임백준님의 책 세 편 중 마지막 한권인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나 구하고 싶던 책이었는데 이렇게 운명적으로 검색이 되니,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회사를 마치고 허겁지겁 뛰어가서 손에 들었다.(Effective STL까지 구하게 되어서 정말 정말 기쁨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그래서 이 책을 언제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결국 오늘. 모든 일을 끝내고 할 일이 손 안에 남지 않은 오늘 회사에서 이 책을 끄집어내 차근 차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임백준님의 책은 그 철학적 면모 덕분에 정말이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을 다시 한 번 꼭 손에 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번 책은 전체적으로 ‘객체지향, 디자인 패턴, 리팩토링, 소프트웨어 공학(애자일, XP 및 단위 테스트), XML, 프로그래머 K씨의 하루’로 나누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을 대충 정리해 보자면, 우선적으로 XP와 단위 테스트. 사실 익스트림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나마 환상이 있을 뿐이었는데 그 환상에 조금 더 윤곽을 잡게 해 주었다.(그렇다고 완전히 형태를 이뤄서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단위 테스트에 대한 환상은 좀 더 확실히 완벽히 구상화 되어서 머리 한켠을 꿰차고 앉았다. 아 이런 것이 단위 테스트구나! 나도 했었네! 하는 느낌을 뚜렷하게 받았다.

그리고 XML. 메타 데이터에 대한 의문점을 정말로 많이 상쇄시켜 주었다. 메타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구글링을 통해 이해하고자 했던 때가 있었다. 이런 ‘개념’의 문제는 인터넷에서 쉽게 한 가지로 정립된 뜻을 찾기가 막연하여 항상 몇 시간 구글링 하고 포기하고 하곤 했었다. 그런데 실례와 함께 XML의 역사를 읽으니 메타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급상승 하였다..!! 이건 정말 뚜렷한 성과.

마지막으로 프로그래머 K씨의 하루는 뉴욕의 프로그래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어딘가에서 봤었다.(아마 뉴욕의 프로그래머 서문 쪽에서 보지 않았을까 하고 막연히 추측해본다.) 프로그래머가 썼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이야기 흐름 구성이 꽤 괜찮았다.. 뭐 임백준님의 글솜씨는 내가 뭐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유려하니까.. 아무튼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여기까지. 대충 정리 끝. 어차피 다시 볼 거니까.. 하고 생각하며 독후감 급 마무리 할까 생각 중.. ㅋㅋ.. 아무튼 나도 코딩과 독서를 생활화 하여 빨리 실력을 올려야겠다.

아 그리고 스몰토크가 철학적 방법론에 의거해서 태어났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철학적 사유를 동반한 지적 활동으로 인해 프로그래밍도 그 ‘혁신적인’ 발전을 발족하였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 독서편력은 역시 넓어야 역사 한켠에라도 발을 붙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 난 틀리지 않았어. 자신감을 얻었다. ㅋㅋ

아무튼 열심히 살아야 겠다. 하는 생각과 함께 프로그래밍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재밌었음!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