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노보 찬가
내 기록상으로는 8월 초에서 중순에 적혀져 있는 책이지만, 아마도 그 이전에 누나가 언급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책, 보노보 찬가. 언젠가 누나가 보노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동성애를 하는 유인원’이라 말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자연적이다’라는 기준에 대한 설파와 함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지만, 내 기억력은 옛날부터 비루한지라, 정확한 정황을 떠올릴 수가 없다.. 기억력이 쩌는 누나라면 아마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보지만….
아무튼 9월 22일에 강신주의 다상담과 함께 이 책을 구매했다. 누나가 언급한 책은 모두 읽고 싶었고, 공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진보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아무튼 흥미가 동하기도 했다.
보노보에 대해서 일단 언급을 하고 시작하자면 보노보는 유인원의 한 종류이다. 암컷끼리의 연대가 매우 강하며, 성을 지배나 욕망 해소의 수단이 아닌 상호 기쁨, 유대를 위해 활용하는, 아무튼 현대 사회와는 굉장히 동떨어진 집단을 구축하는 동물인데, 그 모습에서 현대 사회의 소수자들의 평범함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 조국은 보수를 침팬치로, 진보를 보노보로 비유하고 있다.
책은 전체적으로 보수의 정치적 성향의 잘못된 점을 짚어나가고, 또한 진보의 현실태를 뒤돌아보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9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저자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행보를 하나 하나 끌어내려 요목 조목 해체시켜 버리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 정치에 대한 색도 뚜렷하지 않고 잘못을 잘못이라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갔던 나의 모습을 상당부분 반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잘못된 점은 고쳐져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층은 자신의 힘(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힘으로 역치되니까.)으로 마치 강처럼 항상 흘러야 하는 사회의 인식을 고착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 책의 날카로움에 베여서 그들의 모든 행보를 일반화시키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잘못은 잘못이라고 인식하고 저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에 대한 저자의 평가, ‘비판은 있지만 대안은 없다’는 보수에 대한 일침보다도 날카롭게 느껴진다. 자신의 것은 완벽하고 상대의 것은 잘못이다 라는 허세가, 태만이 보이지 않는 날카로움이다.
아무튼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를 기초로 깎아내리는, 무식한 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쪽 가치를 상당부분 배제하고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듯한 부분이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저자는 선진국, 그리고 OECD 국가 대부분이 사형을 폐지하고 있는 분위기이고 인권 유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으로는 단지 인권과 대세의 분위기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저자의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무튼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조금 배제하고 글을 쓰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독설향 가득한 문체들 때문에 조금쯤 거부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의 비평이 나의 사형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긴 했지만.
하루만에 슝 읽어나갔네. 뭐, 요즘 들어 관심이 있는 부분들에 대한 글이기도 했고.
고전에서 구하라고 했다. 비록 시간이 조금 지난 책이지만 이 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번 정부에서도 쳇바퀴처럼 반복되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서글펐다. 그렇지만, 항상 그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은 그 사회를 ‘위기’라고 여기게 마련인지라, 항상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가며 현재에 왔다고 위안삼으며 이 위기를 너무 심각하게도 너무 가볍게도 받아들여선 안되겠다.
재밌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