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이 소설을 보면 고등학교때 내가 독후감을 썼던 게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때 학교에서 내준 과제 때문에 가끔 생각나면 다시 읽곤 하던 보물섬을 집었었다. 그리고 독후감을 휘갈겼는데, 엄마가 했던 말이 아직 성장중이던 나의 후두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나에게 ‘그 나이에 그런 책을 읽는다.’고 말했었다.

이 소설의 정체성은 아동 문학이다. 그렇지만 아동 문학이라는 말의 의미가 ‘어른들은 더 이상 읽으면 안되는 책’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일례로 지금 동화책을 읽으면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반발심 가득한 마음으로 그때의 기억을 되짚곤 한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지하철을 오가며 본 글 때문이다. 보물섬이 사실은 ‘바다의 요리사’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가 ‘보물섬’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야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만큼 모험에 대한 환상이 있다. 라는 골자의 글이었다. 이 글에 통감하며 다시 한 번 꼭 읽어야 겠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읽은 건 아니고, 그냥 이 글로 인해 ‘아, 한때 보물섬 참 많이 읽었었는데.’ 하는 감정 때문에 생각이 난 거지.

또 다른 계기는 얼마 전(얼마 전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군..)에 구입한 열린 책들 책꾸러미를 아직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기에 처음 펼치는 책은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책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보물섬.

보물섬은 짐 호킨스를 주인공으로 짐짓 내세우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존 실버를 실질적 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인간적이고 영웅적이며, 가식적이고 교묘한, 비인간적인 모습은 이 소설의 흐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의 존재로 인해 등장 인물들은 빛을 발했다고 해도 틑린 말이 아닐 것이다.

내용이야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생략해도 되겠지..

이 책의 뒷쪽에 있는 글을 읽으면서 역시나 무슨 글을 읽어도 생각할 거리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소설의 배경적 요소를 짚어주며 영국의 제국주의를 따르며 처음으로 흥미 위주로 쓰여진 아동 소설이라고 구술되어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여성 차별주의, 제국주의 등이 이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위화감 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라 생각하며, 현재의 개혁의 목표들도 언젠가는 이런 식으로 후대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역자는 ‘제국 로맨스’라고 칭했었는데, 정직 의무 책임감을 외치던 리브지조차도 보물을 당연히 찾은 사람이 가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영국의 식민지화의 정당화가 인식화, 고착화 되어 있었다는 것의 역설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에 항상 의문을 가지던 나로써는 막힌 무언가가 뚫리는 기분이었다. ㅋㅋ

뭐, 아무튼. 간만에 읽으니 여전히 가슴 뛰며 읽을 수 있었는데 소설은 역시 현실적인 감정선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아무도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정도의 현실성과, 그 안에서 흐르는 사람들 간의 감정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설득을 던질 수 있다. 내 글에도 그런 요소가 드러나려면 열심히 노력해서 써봐야 할텐데..

오늘도 결국 한 권 읽었네. 재밌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