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의 서평에서 ‘벤츠 타는 프로그래머’라는 제목에서 오는 금전주의적인, 그러니까 일단 시선을 잡아끄는 제목을 비판하는 글이 있었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던 기억이 난다. 서점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을 펼쳤는데 한동안 한 챕터를 붙들고 계속 읽었던 기억도 나고. 아무튼 예전부터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책임은 분명하다.

이 책의 저자는 리플레이, 딸기노트 등, 국내 패키지 시장이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을 때부터 이미 현업에서 일을 하던 프로그래머이다. 그런 게임들이 있을 때 나는 아직 학생이었는데. 그리고 그 중 한가지 정도는 내가 cd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니,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내가 그래도 성장을 하긴 했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우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바라던 책은 아니었다. 라는 것이다. 이 책은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프로그래머의 자기계발서’이다. 하지만 내가 바랬던 것은 어느 정도 기술적 이슈가 포함된, 그리고 거기에 프로그래머의 철학을 섞은 책이었다.(그러니까 임백준님의 책을 말하는 거다.) 하지만 이 책은 기술적인 이슈는 전무하고 그저 프로그래머의 마음가짐이나, 자신의 경험담만을 주욱 나열한,(그것도 반복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자기계발서 이상의 가치는 전혀 가지지 못한 책이었다.

아무튼 읽으면서 꽤 실망을 해서.. 비판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군.

그렇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프로그래머로써의 이상을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크게 시간 낭비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목표 설정에 특화된 분이고, 다른 사람들도 한번쯤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마성을 소유한 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꽤 소극적인 사람이라 모험이라는 것에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회가 있었음에도 항상 그저 뒤로 빼면서 좀 더 준비가 되면.. 이라고 되뇌이곤 했다. 그 준비라는 것의 기준이 애매모호해서 항상 기회를 놓치게 되리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좀 나쁘게 말하자면 오만이었다. 꽤 빠른 시기 안에 나는 준비가 될 것이다. 하는. 하지만 저자는 그런 불안감은 재쳐두고 일단 저지르고 자신을 개발하면 어떻게든 이득이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이 생각에 정말로 손을 들어주고, 과거의 나를 흠씬 패주겠지만….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괜찮았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뭐, 아무튼 재미있게 읽긴 읽었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