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책도 안 읽고 독후감도 안 썼구나.. 하는 걸 이렇게 직면하고 나니 굉장히 기분이 껄끄럽다.. ㅋㅋ 뭐 어쨌든 한번은 겪어야 되는 일이고, 연휴가 끝나고 힘이 빠진 상태일 때 재빨리 좀 더 힘 없는 일을 해치워버려야 다음에 활력이 넘칠 때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슬며시 홈페이지로 고개를 드밀었다.

사실 책은 17일날 다 읽었지만, 연휴이고 이런 저런 일로 바빠서 결국 독후감은 쓰지 못했다.. 미루는 습관이 들고 있는 것 같다.. 반성.

이 책은 예현이가 사준(얻어준) 책으로, 어느날 갑자기 예현이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읽고 싶은 책 있어?” 그래서 나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인 이 책을 콕 집어서 대답. 학교에 신청해서 책이 나오는데 그때 신청해 주겠다고 했고, 보드 게임 하러 가는 날(언제였더라. 긁적긁적) 이 책을 받았다. 그 이후로 조금씩 조금씩 읽어서 이제야 겨우 다 읽었는데 에휴… 게으름뱅이. 조금 핑계를 대자면, 내 현실적인 상황이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평정심을 잃어버리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은 나인 것을… 좀 더 현실을 직시하자.

이 책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당연지사 임백준님이 역자이기 때문이다. 임백준님! 정말 프로그래밍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이 너무 멋있는 분인 것 같다.. 물론 임백준님이 역자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그의 ‘옮긴이의 글’에서 임백준님은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많은 프로그래머가 지향할 필요가 있는 ‘인문학적’ 프로그래머로 보였다.’고 말했는데 이 글귀에 매우 흔들렸다. 나 역시도 그런 프로그래머를 지향하고 싶었기에..! 그래서 프로그래밍 철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좀 더 헤집고 싶은 나에게는 꽤 마음이 동하는 글귀였지.

조금 마음이 걸렸던 것은 임백준님이 말했던 ‘그의 보수적인 관점’.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그의 ‘부’에 대한 관대함은 정말이지 눈을 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이 폭발한 것은 ‘챕터 7, 차이에 대한 연구 - 불균등한 수입 분배가 정말 나쁜걸까?’에서이다….

그의 오만함..이랄까, 신자유주의를 대변하는 듯한 논리를 옮겨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그리하여 나는 뭔가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현대 사회에서는 수입의 차이가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사회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테크놀로지는 생산 능력의 차이를 선형 비율보다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만약 수입의 차이가 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거기엔 세 가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a)기술 혁신이 중단되었다. (b)가장 많은 부를 창출할 만한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 (c)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답 받지 않는다. (a)와 (b)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800년에 프랑크인 귀족이 살아가는 데 필요했던 만큼의 물자만 갖고 1년을 살아보고, 보고서를 제출해 주기 바란다.(나는 당신을 석기 시대로 보내지 않을 정도로 관대하다.) 수입에서의 차이를 확대하지 않고 계속 번창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c)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오롯히 자신의 능력만으로(즉, 다른 사람들의 고혈을 빠는 일절의 행위 없이) 부를 창출했다고 믿는다는 점이(그것도 매우 순수하게 믿는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높은 수입의 뒤에는 당연하게도 낮은 단가가 존재하는 바, 프로그래밍이 아무리 유형적 자산이 아니라고 해도 거대 기업의 큰 몸집에는 수많은 하청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제공하는 노동력도 온전히 부를 창출하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아무튼 그래도 현대의 꽤 많은 부분을 맞췄고, 나름대로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프로그래밍을 대한다는 점에서 꽤 후한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2004년에 쓰여진 책이라고 하니 그저 놀랍고, 난 그때 뭐했지?! 하는 자괴감도 드는구나.. ㅋㅋ

재밌게 읽었다! 다음 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