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현이가 교보문고에서 나 기다리면서 구매한 책, 마왕 신해철을 드디어 다 읽었다. 언제 샀지..? 2월 4일이었던 거 같다! 교보문고에서 기다리면서 심심해서 빠르게 읽었다며 나에게 읽어보라고 던져준 책 ㅋㅋ 근데 나는 이미 읽고 있던 책, 그러니까 예현이가 1월 30일날 나에게 드디어 갖다준 해커와 화가가 있었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주 화요일에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어 버렸네.

이게 어떤 책일까, 사실 읽기 전까지는 가늠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유고집을 자신이 예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진 않았을텐데. 그럼 무슨 글들을 묶은 거지? 모든 글에는 목적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제목은 목적의 방향을 전혀 제시해주지 않고 있었다. ㅋㅋ 뭐 딱히 불만이라는 건 아니고 단지 내가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것, 그리고 신해철이라는 인간에 대해 전혀 생각치 않았다는 것(옛날 한때나마라도 좋아했던 사람이었음에도)에 대한 변명이라고나 할까.

내가 신해철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졌던 계기를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그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단지 이거 뿐이니까.. ㅋㅋ 고등학교 때에 내가 나에 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새벽 뿐이었다. 그 새벽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취미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 중 가장 큰 취미가 바로 라디오였다. 계기는 무척 단순. 싸구려 라디오가 하나 생겨서 자기 전에 심심풀이로 그냥 틀었고 바로 나온 라디오를 아무 생각 없이 들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가 있어서 굉장히 오랜 시간 이 취미를 고수해왔다. 그 라디오 프로가 바로 그 고스트 스테이션이었다.. ㅋㅋ 마왕님, 교주님 등으로 불리는 그의 위트있는, 그리고 오픈 마인드의 달변가 이미지는 굉장히 신선했고, 또 마치 청취자들을 진심 어린 가족으로 취급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안락함마저 느꼈더랬다.

그런 그가 허무한 계기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우리 나라가 떠들석해졌고, 나는 그때의 소소한 즐거움을 떠올리며 씁쓸했었다.

아무튼 글이 길어졌으니 얼른 본론으로 넘어가볼까.

이 책은 생각보다 많은 글들의 묶음이었다. 그 글들의 성격은 하나같이 달랐고, 목적도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글들이 지향하는 바’였다. 그의 글들은 하나같이 의식적 촉구를 유발하고 있었다.(아. 자신의 회고담에 해당하는 자전적 글들은 그런 지향점을 약간 초월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과론적으로는 같았다. 평범하지 않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자신을 관통하는 ‘사회적인 틀을 벗어나는 이미지’는 분명히 그 지향점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글들을 읽으며 행동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그의 소신과 철학을 존경을 넘어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예현이를 만나기 전에 이 책을 접했어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아니면 소수와 개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내가 도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동경만으로 책을 덮었을까. 과거의 나에 대해 회한이 일었다. 왜 좀 더 예전부터 정신적인 성장을 촉구하지 못했을까.

아무튼 그의 소신과 철학, 그리고 그와 별개로 음악에 대한 사랑은 상당히 감동적이었고, 그 덕분에 옛날 마왕을 즐겨 찾던 어린 날의 나의 모습도 아련히 피어올랐다. 휴.. 결론. 재미있었다. 이말임. 예현씨 감사합니당 ㅋ

뱀발. 이상하게 독후감에는 정성을 쏟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마치 내 일기장처럼 쉽게 슥슥 쓰고 싶달까. 어차피 미래의 나를 위해 쓰는 글들이니까.. 흐흣; 그래도 이 책은 나를 꽤 감성적으로 만들어서 생각보다 길게 독후감을 질질 끌게 만드는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