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도 읽었다. 안그래도 인문학 책은 천천히 읽히는데, 이 책은 무려 900쪽에 달하는 페이지를 가진 책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한동안 책에서 손을 놓았었기 때문에 이제야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애초에 3권을 합친 e북이었기 때문에..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한건데, 아무리 그래도 작년부터 읽기 시작해서 이제야 다 읽었다는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흑..

이거도 예현이가 추천해서 읽은 책. 예현이가 강신주를 그닥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냥 읽기 쉬운 인문학 책이라는 점 때문에 그저 추천해준 모양. 아무튼 이렇게 예현이가 추천해준 것들을 하나 하나 해나갈 때마다 뭔가 예현이한테 다가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것 같다. ㅋㅋ

우선 이 책에 대한 소개부터. 이 책은 2013년 즈음? 강신주가 다상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람들에게서 고민거리를 받아서 상담을 해주는 일들을 팟캐스트를 거쳐 책으로 출판하게 된 것인 모양이다 꽤 오래 한 상담이라서 그런지 분량이 굉장한데, 아마 이것도 그 모든 것을 담은 건 아니고 축약한 것이겠지. 책은 세권으로, 순서대로 사랑, 몸, 고독편. 일, 정치, 쫄지마 편. 소비, 가면, 늙음, 꿈, 종교와 죽음 편으로 나뉘어진다.

모든 면에서 생각할 가치가 있었다. 인문학적 사유를 일상생활(상담 내용)에 비춰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고 할까.

그리고 그가 일편률적으로 부르짖는 것. 사랑. 사회적, 도덕적인 가치를 모두 제외하고 사랑을 직시하니, 사랑이 이렇게 단순하고 또한 어려운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 사회적, 도덕적인 가치를 제외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하는 부분들도 사회적, 도덕적 색안경을 벗고 생각하니 개인의 행복 추구에 불과하더란 말이다. 모든 학문, 그 중에서도 인문학이 개인의 행복(여기엔 자유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이기적임 역시 질타할 수 없겠다.. 싶었다.

이렇게 좋은 점이 있었다면, 좋지 않은 점 또한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불편했는데, 저자 강신주는 그 불편함을 의도한 것이라고, 그 불편함을 통하여 일어서려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하고 있다. 사실 이미 짜증을 동반한 불편함을 가슴 한 켠에 지닌 채로 이런 글을 읽어봤자 그저 그의 자기 방어에 불과한 글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불편함의 원인은 바로 그의 강압적인 태도, 그리고 무차별적인 상대방 깎아내리기에 있다. 상담사 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상담’이라는 것은 굉장히 전문적인 행위이다. 그 전문적임에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그의 상담에는 그 전문적인 느낌이 없다. 그저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꽂아넣고 싶어하는 발악과도 같은 악다구만이 눈에 띈다.. 물론 다상담의 정체성은 상담이 아니라 인문학 강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강의라고 해도 그의 강압적인 태도는 굉장히 거슬렸다;; 애초에 그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바꿀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일부러 불편함을 조장했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서 큰 신뢰성을 찾지 못한 점도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 중 하나인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함 속에서 의구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줄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글만으로 그의 인간성을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품은 나이지만, 그래도 박수. 짝짝.

아무튼 재밌었음. 다음 책은 뭘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