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의 묘미란 전에 분명히 읽었던 텍스트들이 전혀 새로운 의미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의 독서는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다. 분명히 전에 읽었던 내용들이지만, 내 지식의 상승과 더불어(분명히 소폭 상승이겠지만서도..) 확실히 읽을만한 내용들이 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저번에 읽을 때도 아마 느꼈던 것 같지만(당연하지만 저번 독후감을 다시 읽어 보았다.) 이 책은 모든 프로그래머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진 않다. 이 책의 주요 타겟은 아마도 프로그래머 관리자일 것이다. 조엘 자체가 그 시점에서 글들을 작성한 것이기도 하고. 글이란 것이 자신의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각으로 쓸 수는 없는 법이다. 더군다나 그의 글들은 블로그 글들이었다. 그의 글들에는 여과가 없었고, 날이 서 있었으며, 하고픈 말을 절제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보인다.

사실 전의 독후감 기록을 읽고 읽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작게라도 프로그래밍 지식을 얼마나 습득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 책은 아무래도 그런 점에서는 좀 수준 미달이다. 분명 읽을 거리가 있었지만(그것도 초반부.. 유니코드에 관련된 부분은 확실히 엄청난 도움이 된다.) 대부분은 관리적 측면들이다. 물론 그 시대때(막 .NET이 나오고 할 때의 시점)의 시각으로 지금의 시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재미가 있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고나 할까.

그래도 즐거웠던 것은 아마도 조엘의 날이 선 비판들을 좀 더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이게 참 표현이 미묘한데,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이라는 의미는, 이제 그의 글을 객관적으로 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주관적으로 이 부분은 너무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고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아, 나는 발전했구나! 하고 확연히 느껴서 그것도 그것대로 즐거웠고.

아무튼 읽으면서 즐거웠다. 다시 읽는 건 또 좀 후일로 미뤄두기로 하고, 다음 책은 뭘로 할까 고민중.. 얼마 전에 유쾌한 자바 퍼즐러를 샀는데 이걸 읽을까.. 아니면 어떡할까.. 매우 고심 중인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