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프로그래머 철학을 만나다
항상 인문학적 프로그래머를 지향한다고 하고 다니면서 요새는 프로그래밍의 기술적 가치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사실 기술에 집착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자존감에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내 나태함에 대한 분노를 느꼈고 다른 개발자들에게의 시기와 질투를 느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일종의 솔루션이 바로 기술에 대한 집착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7월 초중반은 자존감이 바닥을 기었던 것 같다..
우연히도 이 책 역시 자존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감 우월감과는 다른, 남과의 비교를 통한 감정이 아닌 자기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의미로서의 자존감. 그런 감정에 대한 중요성을 에픽테토스의 철학에 기대어 설명하며 책의 서두를 뗐다.
사실 이 책에서 철학에 관련된 깊은 고찰을 기대하고 있었다. 예현이의 말처럼 모든것은 연관되어 있고 철학과 프로그래밍 역시 그 순리를 벗어나진 않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과 심리학 자기계발서를 짬뽕해 놓은 느낌으로(정확히 말하자면 프로그래머의 자기계발서를 철학과 심리학의 권위에 기대어 풀어놓은 느낌이다) 내가 기대하던 바와는 꽤 어긋난 내용이었다.
한때 자기계발서에 깊게 도취된 적이 있었다. 군대때였지. 자기계발서들은 높은 목표를 제시하며 나의 한계에 도전해보라고 끊임없이 말했고 나는 기대하며 시도하다 좌절. 다시 자기계발서 독서. 이런 식의 엉망진창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고취와 좌절을 계속 왔다갔다 하는 건 굉장히 즐겁지 않은 경험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적의 과용은 좋지않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그걸 끊어왔는데 그 의식적인 회피는 은연중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둔 모양이다. 읽으며 분명 좋은 글임에도 부정적 마음이 우선적으로 들었으니..
프로그래밍(이라기보단 프로그래머의 인간관계)과 철학을 열심히 풀었고 저자의 그런 발전하려는 자세에는 꽤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도 좀 실망..ㅋㅋ
그래도 재밌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