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는 밤을 꼬박 새면서 하루만에 다 읽던 걸 보름만에 다 읽다니, 나도 참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구나 하는 걸 격감하게 된 사건이었다. 끝.

이러면 정말로 정신적으로 전혀 성장하지 않은 것일테지 ㅋㅋ 책이라는 것은 읽을 때의 지식과 감정선을 그대로 인양하여 목구멍으로 꿀꺽 삼키곤 하는 것 같다. 이렇게나 많이 읽은 소설인데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니. 계속해서 같은 것을 보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당한 답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드래곤 라자를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때가 아마도 군대 가기 직전이었을테니까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 오랜 시간동안 정신적인 성숙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닌 모양인 것이, 이번에 읽을 때는 그때는 정말로 슉슉 지나가며 읽었던 철학적인 고찰 부분들을 굉장히 유심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단점도 몇가지 뽑아낼 수 있었다.

뭐, 사실 굉장히 장점이 많고 매혹적인 소설이고 많은 교훈을 남겨주기도 하지만,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의 인권 신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할 거리가 없었다는 점이 상당한 단점으로 꼽힐 것 같다. 여기서 나오는 대부분의 여성은 수동적이며 인생의 목표를 대부분 결혼에 주고 있는 전형적인 ‘남성이 생각하는 여성상’이다. 물론 이 시대의 여성상을 그 이상으로 생각하기 힘들었겠지만, 아무튼 지금 읽으니 이 부분이 굉장히 거슬렸다. 가장 중요한 여성 중 하나인 레니 역시 후치와 함께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결혼론으로 이어지곤 했으니까.

아이고 대충 써야겠다. 이 정도를 단점으로 꼽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다름이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는 꽤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은 상대방을 바꾸는 것에서 자신을 투영한다는 걸 끊임없이 어필하고 그로 인해 이 세계관은 무너지고 설립되고 나아가고 후퇴한다. 그것은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영시키는 것으로 세상을 헤쳐 나간다. 그 변화를 위한 수단이 폭력으로 얼룩져 있더라도 말이다. 변화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나도 좀 더 성숙해져야 하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후치가 아무르타트를 후손에게 보냈듯이 우리는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좀 더 준비하고 성숙해져야 할 것이다.

결론. 재밌었다. 아, 이어나갈 수 있다면 퓨쳐워커를 읽을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구만. 근데 읽을 게 너무 많아서..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