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 마음속에는 작은, 아니 사실은 꽤 큰 오만함이 있었다. 스크립트 언어야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쉽지. 금방 익혀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 책 한권 정도만 떼면 완벽할거야. 사실 이 오만함은 이전에 게임 개발 + 루아 책을 읽으면서도 있었기 때문에 그 책은 거의 눈으로 핥아 먹듯이 후루룹 읽어버렸었다. 크게 남는 게 없는 독서였었구나 싶은 생각이 이제야 다시 똬리를 틀고 머리를 깨문다.

아무튼. 이 책은 루아에 대한 나의 관심(사실 머리로는 파이썬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관심은 계속해서 루아에게 간다. CODEA로 실질적으로 코딩을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언어이기 때문인 것 같다.)의 표출로써, 이전에 신촌에 갔을 때 서점에 들러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루아 공부를 해야겠다! 하는 내 마음의 대변.

그리고 그 날부터 천천히 꾸준히 이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쉬웠다. 간단했다. 그렇지만 좀 놀랍기도 했다. 모든 자료형들의 근간이 테이블이라니. 테이블이라는 것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광범위하게, 포괄적으로, 그리고 다이나믹하게 쓰일줄은 사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객체 지향을 구현하는 부분도 어렴풋이 어떤 식으로 구현하는지 그 이론적인 부분만 풍문으로 들었을 뿐, 간단하리라 생각했는데 그 역시 그리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초반에 ‘이 책만 다 읽으면 나도 루아 마스터!’라고 하던 나의 생각을 고이 접을 수밖에 없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책은 너무도 어려웠고, 앞을 차근차근히 클리어하며 넘어오지 않은 나로써는(아무래도 대충 읽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하철에서 읽으니 더더욱 그렇고.) 아무리 뚫어져라 바라보아도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후반부는 또 대충대충. 결국 이 책 한권조차 나는 쉽게 떼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폴리글랏 프로그래밍을 말하는 임백준님의 말따나, 다른 언어의 철학은 내가 사용하는 기존 언어에도 충분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코딩 스타일에 침투해오진 않았으나, 가끔 루아는 이런 식으로 되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역시 사람은 여러가지 언어를 알아야 해.

세븐 랭귀지를 번역하시면서 임백준님이 머릿말에 적은 글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내가 아는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루아 공부 열심히 하자. 물론 기존 언어들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하면 안되겠지..

이전에 했던 생각, ‘내가 아는 언어부터 마스터 수준으로 알고 넘어가자’ 하는 생각의 오만방자함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ㅎ.. 그걸 마스터하려면 평생이 걸려도 부족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