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예전과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만,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은 내가 프로그래밍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첫번째 책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얼마 전에 나프다콘 가서 새로 샀기도 했기 때문에 다시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친 이유는, 아무래도 주말을 이런 식으로 보내면 안될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항상 주말은 침대 위에 엎어져서 자거나 만화를 읽거나 하는 등, 소모적인 일상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나가서 데이트를 하거나?) 왠지 얼마 전부터 주말이 되면 힘이 빠져서 청소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무미건조한 일상을 뒤집기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 자극의 일환으로는 항상 책이 제 1순위였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게 건설적인 행동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였다.

물론 출근 하면서 읽는 책으로 리팩토링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그게 마음에 걸렸으나, 오늘 슈루룩 한번에 읽어내려갈 것이니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 라고 결론짓고 나는 책을 집어들었다.

임백준님의 책 읽는 방법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었다. 1년 안에 다시 읽을 책만 사고, 한번 빠르게 훑고 나중에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음미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 역시 책을 읽는다는 목적성에 기인하여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닌, 거기서 무언가라도 얻어야겠다는 목적성을 가져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목적성은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 최근, 내 자존감에 상당히 상처를 입은 일이 생겼다. 물론 내가 최선을 다했느냐 하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꽤나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의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나는 코딩을 하는 것은 좋아하면서 남의 코드를 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읽는 것이 싫어서 억지로 꾸역꾸역 읽고 완벽히 이해하지도 않은 채 코딩을 일삼았다. 그것은 나의 코드를 쓰레기향 가득나게 물들이는 데 꽤 많은 공헌을 했을 것이다.

임백준님의 다음과 같은 글이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작성한 코드를 읽는 것이 새로운 코드를 작성하는 것만큼 즐겁지 않은 사람은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어렵다. 꼭 ‘일’과 관련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놀때’, ‘화장실에서 일 볼 때’, ‘혼자서 점심 먹을 때’, ‘출퇴근할 때’ 등과 같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잡지나 가벼운 책에 실려 있는 코드를 가볍게 읽는 것이 습관이 되면 프로그래밍 실력은 놀라운 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

아무튼 확실한 원인규명이 되자, 내 마음은 슬픔으로 휩싸였다. 아니, 앞으로 수정해나가면 되지. 하지만 슬프고 상처입은 자존감에 우울한 것은 여전히 아릿하게 심장을 때린다.

아, 괜찮아. 괜찮아. 일단 자존감을 좀 회복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든 나와 이런 상황이 되게 만든 환경을 노려봐야겠다.

괜찮아. 그리고, 책은 역시 재밌었다! 뒷부분, n개 여왕 코드는 이번에도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눈이 뻑뻑하다.. 지금 3시 44분이라고..) 다음에 꼭 다시 읽어보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