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류의 책은 정말 빨리 읽게 되는 것 같다. 읽는 속도도 속도지만,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읽는 걸 그만둘 수가 없어서 순식간에 눈으로 후루룩 들이켜 버린다. 이야기의 흡입력은 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그 어떤 촉매제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을 이런 일들에서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1일, 2일 이틀만에 책 한권을 다 봐버렸다. 변신을 읽은 속도와 비교하면 정말 천지차이.. 초등학교 때 공상과학소설을 수업 시간에 몰래 몰래 읽던 나의 과거의 모습이 드리워진 커튼을 열어재치듯이 환하게 드러났다.

내용 자체는 별 것 없었다. 마치 전지전능한 것처럼 느껴지는 필리어드 포그,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하인인 파스파르투, 오해로 포그를 도둑으로 생각하고 추적하는 픽스 형사 셋이 어우러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축이다. 이야기는 포그가 80일만에 세계를 일주할 수 있다는 내기를 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마치 기계, 혹은 자연현상으로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감정 변화 하나 없이 배와 기차에 몸을 맡기며, 카드 게임을 하며 어떤 고난이 닥쳐도 그 고난들을 (돈으로) 해결하는 포그와, 그 포그에게 꽤 많은 역경을 안겨주지만 독자들의 눈이 되어주는 파스파르투의 여행, 그리고 그를 따르는 픽스 형사의 모습은 뭔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왠지 긴장되게 하는 맛이 있었다.

결론은 다들 알다시피 하루의 착각으로 인해 결국 포그가 내기에서 승리하고(파스파르투의 시계는 이때를 위한 복선이었다.) 포그는 아우다와 결혼하며 파스파프투는 포그가 딴 금액중 이익을 본 부분을 얻게 된다.(가스등 금액은 제한 월급과)

내용 자체로만 보면 매우 재미가 있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거슬리는 면도 있었다. 뭐 시대적인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빠르게 읽은 것 치고는 굉장히 흥미진진했음 ㅋㅋ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