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교수가 제시하는 자기 실현의 비결’. 뭐 그야말로 자기계발서의 교과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애초부터 확연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 최근 자기계발 서적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한껏 품고 있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사실 별 일 아니었다. 김대표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크게 뒤흔들었나 궁금해졌다. 회사의 책장 가득 메우고 있는 책의 절반은 피터 드러커의 책, 거기의 또 절반은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니 대표님의 이 책에 대한 사랑이 물씬 풍겨졌다.

뭐 결과적으로 읽어보니, 이전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현대에 와서는 당연스러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놨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집중이니,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라느니, 편한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라느니… 얼핏 듣기만 해도 너무나 당연스럽게 생각되는 일들이다.

단편적으로 본다면 당연한 일들이지만 사회는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아무래도 복합적이라고 보는 편이 사회를 좀 더 잘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닐까. 단편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당면하면 다른 문제 때문에 그 쉬운 걸 그대로 따를 수가 없는 상황이 분명히 닥친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알은 깨져야 하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에 대한 글이 꽤 많았는데 그의 미래에 대한 집착증 비슷한 것이 느껴져서 좀 부담스러웠다 ㅋㅋ 그가 지적 노동자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고 훌륭히 예측한 것에 대해서는 글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글에서 말하듯이 옛날, 지적 노동자를 ‘혐오하던’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해냈다면 정말 박수를 쳐주어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신랄한 반마르크스 발언이라거나 얼핏 보이는 보수적인 측면은 그가 실제로 입에 담고 있는 진보적인 말들을 중간 중간 막아섰고, 나는 눈살이 조금 찌푸려졌다. 지금 이렇게 공격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도 사실 그것이다. 한 사람이 완전히 진보적이고 보수적일 수는 없은 노릇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진보에 대한 시도를 거침없이 깎아내리면서 남에게 진보를 강요하는 것은 꼰대의 기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그가 하는 말은 일리가 있고 따른다면 분명히 이득을 가져올 만한 내용들이었다. 한번 읽어본다면 후회는 하지 않을 듯.. 그래도 아무튼 난 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ㅋㅋ 그래도 재밌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