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또 출근하면서 읽는 책 한권을 다 뗐다. 이책을 떼기까지 두권 정도의 다른 책을 출근 중 읽기를 포기했다. 아침의 그 부스스한 시선으로 읽기에는 너무도 전문적이고 머리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그런 실패를 두번이나 겪고나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가벼운 책으로 시작하자. 그런 굳은 결심을 하고 나니 눈에 띤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우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깎여 나갔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쉬운 이슈들만 다룬다는 것일까? 나의 헛된 자만심이었다. 그리고 알고리즘이라고 명시했지만 내가 기대하고 있는 알고리즘은 아닐 것이 자명해 보였다. 그저 흥미 위주의 몇가지 이슈를 다루고 있을 뿐이리라 여겨졌다.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이런 착각들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이 책은 흥미 위주는 맞지만 그 깊이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척이나 깊었다.

이 책이 다루는 아홉가지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검색엔진 인덱싱 패이지 랭크 공개 키 암호화 오류 정정 코드 패턴 인식과 인공지능 데이터 압축 데이터베이스 디지털 서명 계산 가능성과 결정 불가능성

다들 쟁쟁한 소재들 뿐이다. 전부 한번쯤은 책들이 언급만 하고 지나가서 맛뵈기만 본 정도의 소재들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가 동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흥미에 완벽히 부응했다.

이 중 암호화와 압축, 데이터베이스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암호화와 압축은 계속해서 반복하여 다른 책들에서 봤던 개념들이라 복습과 모르는 부분들에 대한 학습이 묘미였고 데이터베이스는 늘 입에 담으면서도 저장소의 의미 이상으로는 잘 모르던 나의 무지를 깨뜨려주는 장이었다.

아휴 아무튼 즐겁게 읽었다. 재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