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산 계기는 매우 단순했다. 신촌에 있는 중고서점들을 가끔 들를 때가 있는데 인수선배랑 산책하던 어느날 그 중고서점들 중 한 곳에 들렀고, 만약에 이 책의 원서를 발견한다면 꼭 구매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책, 말과 소년을 발견하였다. 정말 그 많고 많은, 산같이 쌓인 책들 중에서 말과 소년을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나는 이 책과 조우하였다. 대체 언제야. 한번 찾아봐야겠다. 음…………. 잘은 모르겠지만 1월부터 이 책을 읽고 있다는 흔적이 있으니 적어도 5개월은 이 책을 읽어온 거다.

그렇다고 해서 뭐 무지막지하게 열정적으로 읽은 것도 아니다. 그냥 읽히면 읽히는대로, 안 읽히면 그냥 안 읽히는대로 무작정 읽어나갔다. 가끔 내키면 사전도 찾아보고, 귀찮으면 그냥 건너뛰기도 하고. 이렇게 불성실한 독서를 했다. 근데도 이제야 완독이라니…. 익숙하지 않은 글자를 꾸역꾸역 눈알 끝까지 밀어넣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책에 대한 내용은 뭐, 말해 무엇하리. 나니아 연대기의 외전격 내용으로 아첸랜드의 왕자와 말의 이야기이다. 환상소설에서 나는 여행과 관련된 글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 좋아한다. 여행에 대한 묘한 설렘과 환상 세계에서의 어두움. 그 미묘한 조화가 정말 많은 감정들, 이야기들을 이끌어내는데 그게 참 좋은 것 같다.

이 소설 역시 그런 내용이다. 소년의 여행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 아무튼 나니아 연대기 중 가장 내 취향의 글이었고 그래서 굳이 많은 원서 중에서 이 책을 갈구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나니아 연대기 한글본의 말과 소년도 우선 읽고 나서 이 책을 읽는 등 준비도 하고 읽어나갈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다.

아무튼 내용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하고 싶은 게 없군. 책의 특성이 특성인 이상 원서를 읽은 느낌을 적어야겠다.

코드 리딩도 그렇듯이 눈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정말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용 파악은 커녕 마음 속으로 소리내어 읽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조금씩 영어가 눈에 익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눈이 좀 편안해졌다. 정도일까. 해석은 아직 먼 이야기. 대충 문맥만 파악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영어에 익숙해진 눈을 얻은 것만으로도 꽤 선방했다고 할 수 있겠다.

퇴근 시간마다 조금씩 읽어온 책을 졸업하고 나니 아쉬운 마음 반, 후련한 마음 반이로구나. 퇴근 시간에는 계속 영어를 읽어볼 예정이다. 다음 책은 프로그래밍 루아 원서로 결정.

언젠가 다시 읽을…까? 그래도 이렇게 오래, 끝까지 읽은 걸 보면 5,000원의 역할은 톡톡히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