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백준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참 쉽게 읽힌다. 참 감탄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게, 분명히 알고리즘 책을 읽고 있는 듯한데 또 어떻게 보면 사설을 읽는 듯하고. 어려운 듯 하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은. 어렵고 어렵지 않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문맥이 흘러간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문맥을 멍하니 따라 흘러가도 되고, 집중해서 이것 저것 따지면서 읽어도 된다. 어떻게 읽어도 된다는 점은 많은 독자들을 포용한다는 점과 같으니, 정말 부러운 점인 듯하다. 이렇게 부드럽게 글을 쓰고 싶다.

이 책은 임백준님의 처녀작..인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것들을 아우르기 위해 부던히 노력한 것이 눈이 띈다. 시간대별로 그의 취미나 마찬가지인 커피 이름을 주욱 나열해둔 것은 정말 감탄스럽다. 프로그래머와 커피. 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크게 네단락으로 나눠져 있는 이 책의 챕터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1. 아침 7시 카페오레 - 프로그래밍의 세계 :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설명
  2. 오전 10시 에스프레소 젤라틴 - 행복한 프로그래밍 :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방법론
  3. 오후 1시 카페 에스프레소 - 알고리즘과 해킹의 세계 : 알고리즘과 크래킹
  4. 오후 4시 카페 그린 - 소프트웨어 바깥 얘기 : 방법론과 웹의 역사

정말 소설처럼 읽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중간 중간 기사와 용의 알고리즘 풀이 대결은 유머와 스토리를 잘 녹여낸 좋은 스토리 풀이법이었다. 재미있었음 ㅋㅋ 나중에 용이 공개키 알고리즘 문제를 마지막으로 낼 때는 기사가 자신은 사실 정보처리기사라며 이 문제는 너무 쉽다고 한다는 게 정말 지금까지의 유머를 한데 모아 빵 터뜨렸다 ㅋㅋ

외공과 내공을 들어 언어와 알고리즘을 표현한 것도 재미있었고.

열심히 짬짬히 읽느라 이번에도 재밌었다. 아무튼 재밌었던 글을 몇개 적어보자.

  • 따라서 남의 프로그램을 분석하거나 학습할 때 자기만의 주관과 철학을 가지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세는 대단히 중요하다.
  • 아이가 뜨거운 물을 직접 만져 보고 나서야 비로소 물이 뜨겁다는 사실을 알게 되듯이 정확한 인식의 뿌리는 실천 속에 놓여 있다.
  • 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잔인하고 사랑이 메마른 인간의 영혼 속에 숨어 있는 버그를 잡으려고 소스 코드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철학은 시대를 해석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때 진정한 철학이 된다.
  • ‘네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조종하는 비행기에 올라탈 자신이 있는가?’
  •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포스트 잇’을 보면 “등산 안내서, 여행 가이드북, 컴퓨터 매뉴얼, 농사 교본을 쓰는 저자들이 단지 그런 책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설가나 철학가보다 폄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중략)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세상과 공유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