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테드 창의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를 완독했다. 테드 창은 지속적으로 이름이 들려오는 소설가인데 겨우 15개의 중단편을 썼을 뿐인데 sf 소설가 중 단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컴퓨터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 자신을 파트 타임 작가라고 칭하기도 하는 어떻게 보면 좀 독특한 소설가이다.

방금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겨우 두 권만이 정발되었을 뿐인데 그 중 한권이 바로 이 책이었다. 감회가 깊네.

읽고 난 후의 감정은 와 정말 훌륭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뭐랄까 내가 지향해야 하는 바가 이런 것 아닐까. 파트타임 작가. 그는 자신의 전공을 훌륭히 살림과 동시에 철학적인 의문을 잔뜩 소설에 담아냈다.

글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이끌어 낼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즐겁기 위한 글, 이야기는 유흥거리에 불과하다. 나도 이런 글과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이 책의 내용은 sf 치고는 평범하기 그지 없다. 디지언트라는 인터넷 상의 ai 애완동물이 만들어지고 발전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주인공 애나와 데릭을 통해(그들은 디지언트를 만든 블루감마사의 직원이었다.)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디지언트들에 대한 권리를 인간과 동일시 해야 하나 동물과 동일시 해야 하나에 대한 고찰이 이어지며 마치 권리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조차 그리고 있다. 철학적인 논쟁을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내며 글이 진행되고, 그건 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랄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에 능수능란했고, 내 뇌조차 그 이야기에 완전히 홀렸으니.

아무튼 재미있었다. sf는 정말 생각할 여지를 많이 던지는 장르인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최근에 읽은 책이 모두 sf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