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 읽은 책은 코끼리뼈. 사실 이름만으로는 무슨 책인지 잘 상상이 안 가는데, 알고 보면 이름만큼이나 굉장히 특이한 책이다. 만화, 영화, 예능 등을 아우르며(사실 거의 만화긴 하다) 코끼리뼈만으로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 상상해 보는 작업처럼 그 문화 컨텐츠들의 이면,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들을 만화가 셋이 장난처럼 툭툭 건드려 보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이 책은 이 세 만화가 권혁주, 꼬마비, 윤필 만화가가 팟캐스트를 하며 쌓인 분량을 책으로 낸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책은 문어체에 대화로만 점철되어 있는 형식이다. 그리고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코끼리뼈를 끼워맞춰 만화를 그려두었는데 이런 것에 대해서는 팟캐스트에서 어떻게 처리했을지 참 궁금하다.

상상력이란 참 대단한 능력인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면 경이롭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나 역시도 상상력의 부재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않은가. 이 만화가들 역시 상상력의 부재에 고통스러웠고 그래서 이런 팟캐스트와 책을 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은 참 다양해서 호빵맨, 보노보노, 드래곤볼, 맨 프롬 어스, 무한도전 등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공감할만한 많은 컨텐츠들의 뼈를 맞춰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상상력의 산물은 참 흥미진진하다. 아무도 별로 생각치 않은 부분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건드린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든다.

드래곤볼의 경우 우파 가족들에 대해 상상해보고 보노보노는 고양이 형과 보노보노가 처음 만났을 때를 상상해보며, 맨 프롬 어스는 그 주인공과 같은 능력을 지닌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상상한다.

천천히 잘근잘근 씹으며 느긋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집에 와서 하나씩 천천히 읽어왔는데 어느새 다 읽어버릴 정도로 잘 질리지도 않는 내용들이다. 사실 상상을 한다는 즐거움과 남의 상상을 즐기는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니 그렇지 않을까.

아무튼 재미있었다. 책을 읽어야겠다 다짐하고 읽은 책이 아니라 마음이 편했고 그래서 더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