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또 소설을 다 읽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전에 타자님 소설세트들을 할인할 때 사둔 퓨쳐워커. 읽어도 읽어도 항상 마지막에 와서는 대충 읽어버리고 말았던 그 퓨쳐워커를 이번에는 진중하게 읽어내리리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더랬다.

짬날때마다 읽어야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저번주, 회사를 마치고 집에 올때마다 이 책을 펼쳤고 집에 와서도 이 흐름을 끊기 힘들어서 내 평일 스케줄에 꽤 많은 영향을 끼쳤던 만큼 다 읽고 나니 아쉬움도 크고 후련함도 크다.

이영도님의 글은 현학적인 표현과 주제로 가득차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 책은 그 정도가 다른 책들보다 심하다. 그래서 그런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편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리뷰에서 주제는 끝을 맺었지만 이야기는 끝을 맺지 못해 중간에 끊긴 느낌이 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정말 그 말대로다. 이전까지의 나는 항상 그런 느낌을 받아왔으니까.

후반부에 가서는 북해 얼음과 시간축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곳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철학적 주제를 쏟아내는데 옛날의 내가 버티지 못했던 이유를 정말 처절하게 깨닳았다.

다행히 이번 독서에서는 이 모든 것들에 흥미가 돋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즐거웠다. 그래도 머리가 컸다 이거지.

그와 동시에 내 지적 유희의 수준의 짧음에 통탄을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은 늘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난 정말이지 욕심이 많은새끼야.

퓨쳐워커에 대한 이야기. 이 이야기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 교차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 시간이 멈추는 이야기. 그리고 그 시간을 생산하는 인간이 시간을 위탁하여 현재가 고정되는 이야기. 그것을 신스라이프 파 미를 통하여 표현하고(이 모든것이 갖춰지기까지의 이야기가 길다.) 그들을 화해시킴으로써 이야기를 끝맺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의 흐름도 흥미롭지만 그 주제 자체도 꽤 흥미가 돋는 편이었다. 이런 개념들이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는 건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말해주는 증거가 되겠지.

아무튼 내 욕심만 가속화시키며 이 책을 마무리지었다. 전술했듯 시원섭섭. 그래도 또 책을 네권이나 읽었다는 사실은 뿌듯하네. 비록 소설이지만.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