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은 상당히 판에 박혀 있다. 아침에는 한글 기술 서적, 퇴근시에는 루아 원서. 꽤 오래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안하면 어색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꽤 많은 기술서들을 읽어올 수 있었는데(도움이 많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전에 재밌게 읽었던 C# 코딩의 기술의 다음 책인 실전편을 다 읽었다. 사실 앞에 장황하게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을 서술하는 이유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이런 핑계로나마 줄여보기 위함이다..만. 이 이야기는 조금 후에.

이전의 내용이 쉽고 간단하고 또 재미있었기 때문에(쉽고 간단했기 때문이겠지만) 이번 책도 상당히 기대를 하면서 펼쳤다. 이전 책은 완전히 잘못 짠 코드 / 그걸 좋게 수정한 코드 두개를 비교하며 진행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사실은 코딩에는 그런 흑백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설이라도 하기 위함인지(아마 피드백으로 그런 내용이 있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상황에 따른 정답이 다른 두 가지 코드를 굿맨과 배드맨을 통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책을 진행한다.

이전에도 이렇게 적었던 것 같지만 스토리를 통해서 내용을 표현해나가는 방식은 정말 나에게 딱 맞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쓰여진 책이라서 일본 문물과 함께 커온 내가 그것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이 책들의 스토리? 진행 방식은 일본의 전형적인 서사 방식과 흡사하다.) 아무튼 이 책도 제법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어리숙한 역으로 여자(그래머양)를 내세우는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긴 했다.(전형적인 성역할을 상황극을 위해 과대포장한 셈이다.) 그래도 뭐, 아무튼 기술책으로써 이 책을 평가해보자면 나쁘지 않다. 재미있다.

초반에는 정말 즐겁게 읽었다. c#의 기본 기능들에 대해서니까 재미가 없을 수가 없지. 그리고 링큐까지도.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다.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쓰레딩 쪽으로 넘어가니 나에게 없는 지식이라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ㅋㅋ 뭐 대충 이런 거구나 하는 감은 오지만… 그래도 아무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느낌때문에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다…. 죄책감… ㅠ

정말 나의 지식 수준은 보잘것 없구나.. 비록 실전편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이런 책으로 나의 한계에 부딪히다니. 뭐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거지. 그래도 알고 있다. 나는 늦게 시작했고(군대 갔다 오기 전부터 했어야지ㅠ 하는 후회는 항상 한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해나가지 않으면 앞서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뒷통수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매일 매일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거다..

뭐 이런 나의 소심하고 어리석은 측면을 제외하면 정말 즐거웠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자주 굿맨의 방식을 응원했는데, 항상 그는 약간은 꽉 막힌 방법을 채택하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감정적으로 응원받지 못하는 굿맨의 클라리넷을 좋아했던 걸지도 ㅋㅋ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었다! 독후감을 좀 늦게 썼는데, 다음 책은 게임 매니악스 액션 게임 알고리즘이다.(물론 읽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