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참 심오한 표현 수단이다. 글자 하나 하나에 작성자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너무나 진부한 표현으로도 비록 눈살이 찌푸려질지언정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록 내가 지금 입력하는 이 글자들에는 마음이 깃들었다는 표현을 섬길 정도의 진지함을 내포하지 않고 있지만.. 마음은 글쓴이의 정성의 완곡한 표현이 아닐까.

이 책은 내 마음의 갈증을 시원하게 하지만 조금은 복잡미묘하게 해소해주었다. 내 마음 속엔 언제나 풀지 못하고 남겨둔 응어리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 글에 대한 자조감이었다. 아무리 쓰고 또 써도 내 문장은 복잡한 실타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많은 글을 쓴다고 글실력이 느는 건 아니라고. 고민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이 책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망원에서 예현이와 함께 책방 탐방을 시작하며 간 책방에서 예현이가 선물해준 책이다. 책 하나를 고르면 사주겠다고 해서 전부터 읽고 싶던 미스 함무라비와 이 책 중 무던히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아마 상술한 자조감과 깊게 연관되었을 거다.

이 책은 조근조근히 내 문장이 어색해지는 이유를 속삭였다. 적의를 드러내는 것들부터 시작하여 내가 경외시하던 그 작은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까지 곱씹어 보이며 나의 문장 하나 하나를 씹어 먹었다. 말 그대로 난 무장해체 당해버리고 말았다.

사실 너무 어려워서(쉽게 생각하던 국어는 너무 어려운 언어였다) 문장 하나 하나를 깊이 받아들이진 못했다. 또한 중간 중간 나오는 함인주씨와의 소설(소설이죠?)은 그 어려움을 더욱더 견디지 못하도록 날 재촉했다. 왜냐면 너무 재밌었거든..

아무튼 내 갈증을 조금 해소시켜준 이 책을 내게 사준 예현이에게 감사하며. 너무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