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임백준의 대살개문
내 프로그래머로써의 지표가 흔들릴 때면 항상 찾게 되는 임백준님의 책. 이번에는 대살개문(대한민국을 살리는 개발자 문화)을 읽었다. 이것으로 임백준님의 책들은 거의 모았..나?(재간되는 책들은 빼고..)
책은 역시 예상대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회사 출근하면서 읽었어야 하는데.. 이번 토요일날 이오 누님의 컴퓨터를 포멧해 주면서 예상보다 거의 두배의 시간이 더 드는 바람에 그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이 책을 읽어버렸다. 아깝지만 빨리 읽어서 기분이 좋은 복잡 미묘한 기분. 만약 아꼈다고 하더라도 뭐 다음주 수요일 쯤이면 다 읽었을테지만.
잡설이 길어졌다. 이 책에 대해서 얼른 이야기해보자. 이 책은 임백준님의 칼럼들을 모아둔 책이다. 시기는 정말 들쑥날쑥인데 이미 지난 일들을 지금에 와서 읽어보는 것도 또 새로운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서문에서도 적혀 있듯이 이 책의 목차는 비개발자도 읽을 수 있는 칼럼들로 시작해서 오로지 개발자들을 위한 칼럼으로 끝맺음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초반에는 유독 한국 IT 업계의 병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임백준님이 마치 미국 만능주의를 예찬하는 듯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임백준님이 말하고자 하시는 바는 미국이 완벽한 정책을 펴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 정도는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정도이지 않을까. 물론 우리 나라 SI의 환경은 너무도 척박해서 미국의 환경만 하더라도 파라다이스로 느껴질 정도지만.
그리고 뒤로 갈수록 임백준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발자 문화상, 그리고 프로그래밍 환경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밀고 있는 LESS(Learn, Enjoy, Solve, Share)는 뇌리에 박혀서 뽑히지 않을 지경이다. 임백준님이 생각하는 개발자 문화를 한 단어로 완벽히 축약하고 있는데, 음 나는 아직 공유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낯을 가리는 것도 내 능력의 한계의 한가지인 것이겠지. 15년의 나프다 컨퍼런스일 때는 나의 약점을 완벽히 드러냈었다. 내 내면을 탓하지 말고 내 능력 향상을 꾀하자.
멘토는 없다. 라는 글은 꽤나 충격이었다. 멘토에 대한 비판이 가득한 글이었는데 멘토라는 허울 아래서 만족감과 편리함만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는 게 조금 미안스러울 지경. 임백준님은 내 마음속의 멘토로만 남겨둘게요.
개발자의 50가지 그림자. 이 글은 예전부터 계속 곱씹었음에도 또 한번 곱씹게 되는 글이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마치 네비게이션처럼 확실히 지목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면서 뜨거워진다.
뭐 이런 저런 글들이 많았는데 결국 LESS / 폴리글랏 프로그래머 / 미래지향 기술력 정도를 꾸준히 언급하고 계신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이 모든 걸 취하는 것이 가능이나 한 것인가 회의감이 드는데, 게임 프로그래머는 정말이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휴. 현 동향을 살피기 전에 익혀야 할 것이 너무나 너무나 많다.. 그래도 뭐 할 수 있는데까지 해야겠지.
폴리글랏 프로그래밍은 요새 점점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중이다. 더 노력해보자. 아자.
아무튼 임백준님 책이니 정말 재미있었다. 칼럼을 일일히 다시 찾아볼 수고로움이 없어져서 더더욱 좋다. 다음 책도 좀 간단한 걸로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