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제법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나프다에 이 분이 나오셨을 때부터 한헌쯤 보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독서를 미뤄온 이유는 아마도 이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그다지 프로그래밍 친화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구글에 취직을 하고 성공을 했어도 그 능력의 많은 부분은 디자인과 인터랙션에 치우쳐져 있지 않겠느냐 하는 의심과 얕잡아봄도 있었음을 굳이 숨기진 않겠다.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매우 부끄러웠다. 저자는 자신의 지향점이 프로그래밍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의 기술력은 내 생각을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활자에서도 내공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치열하게 노력하는 부분은 딱히 전공이 나눠져있지도 않았다.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디자인도 UX도 컨셉도 프로그래밍도 모두 그의 관심거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난 또 한번 두려움을 느꼈다. 노력을 지향한다면 이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하고 있는 건 정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그러다 이내 생각을 접었는데 얼마 전 삶은 누군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줄세워져야 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개인적인 만족도 향상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노력에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건 이미 즐기는 삶이 아닐 것이다. 노력하지 않는 누군갈 폄하해서도 안될테고 당연히.

그래도 확실히 의욕고취는 되었다. 난 왜 좋아하는 일 좋아하며 하고 있지 않은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