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상하게 책을 슝슝 읽어나가는 느낌이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우준이가 부고상을 당해서 대구로 내려갔다 올라가는 길에 내 인생을 마음의 양식으로 조금 더 채우고자 택한 책이다. 예전에 리디캐시가 조금 남았을 때 충동적으로 지른 책인데 역시. 매우 만족.

제목만으로는 전형적인 패미니즘 도서이다. 맞다. 하지만 조금의 양념이 가미되어 있지. 이건 sf 단편소설의 묶음이다. 이 책을 묶은 편집자 부부가 장르 문학계의 스타 편집자(기묘한 이야기들을 편집했다고.)라곤 하는데 뭐 나완 크게 관련 없는 이야기. 중요한 것은 많은 여류 sf 작가들의 단편 묶음이고 그 중 르귄누님이 있다는 사실. 이 중 남작가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역자 후기에 언급되어 있듯이 사회적 약자의 상상력의 발현의 도구로 sf만큼 쉽고 편리한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어때. 이래도 너와 내가 동등한가? 하고 도전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걸 들어야 할 사람들이 애초에 읽어야 성립이 될텐데. 난 그래도 적어도 읽었잖아? ㅋㅋ

단편들은 직설적인 것부터 은유적인 것, 깨름칙한 것 등 정말 다양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를 일단 나열해보자.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 억압받던 아내가 행성이 되고 남편은 그걸 일반적이지 않으며 치욕스럽다 느끼는 이야기 늑대여자 - 늑대여자가 인간여성화 되는 비극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 - 남성권력이 돌아오는 것이 임박한 행성 이야기 애들 - 여성을 어떤 도구로만 취급하는 전쟁의 체계에 대한 이야기 중간관리자를 위한 안정화 전략 - 모기 벌 사마귀 등으로 변하는 중간 관리자 이야기 숙모들 - 숙모라는 세대의 끝 그리고 살로메는 춤을 추었다 - 완벽함이 주는 두려움 완벽한 유부녀 - 어디로든 이어지는 문과 유부녀 식물의 잠 - 정해진 미래를 버린 식물 이야기 가슴 이야기 - 아기를 키우는 고충을 가슴으로 전가시켜보는 이야기 무척추동물의 사랑과 성 - 자신의 피조물들을 바라보는 죽어가는 과학자 이야기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 - 남극점을 가장 먼저 정복한 아홉여성대원 이야기 시공간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 신화를 과학적으로 풀어보는 이야기 공포 - 여성이 사라진 세대에서의 여성이 느끼는 공포 이야기 바닷가 집 - 인공물이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어느것 하나 즐겁지 않은게 없었네. 늑대여자가 정말 직설적이고 신랄했던것 같다. 아무튼. 도착이네. 이만 쓰자.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