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무래도 한달간 쉬다 보니 힘이 쭉 빠져버렸다. 내 생체 리듬은 항상 일정한 패턴을 답습하도록 연마되어 있는데, 요 최근 계속 놀아재끼는 바람에 그 생체 리듬이 완전히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슬프게도 기름칠이 필요한 주황색 자전거 체인처럼 삐걱거리며 겨우 굴리려고 하는 중이다.

그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삶을 굴리기 위해서 기름칠이건 뭐건 해야겠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요건에 부합하는 책이다.

사실 자기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구매를 할까 말까 망설이긴 했다. 하지만 대충 훑어보려고 펼쳤을 때 저자분의 코딩에 대한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열혈히 느껴지는 바람에 그 열정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것 같아서 무작정 구매하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이 책은 마치 저자가 많은 신입 개발자들에게 멘토링을 하기 위해 만든 교과서같은 느낌이다.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둘째 아들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적어 두셨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길잡이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일지도. 정말 다양한 방면으로 프로그래머에 대해 고찰하고 충고하고 있다.

개발자의 성공, 창업, 즐거움, 직장생활, 이직, 개발 프로세스 등을 아우르는 멘토링이 내용인데 흥미와 열정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꽤 그럴듯한 책이 될 것이다. 많은 자아성찰과 실패를 통해 지금까지 삶을 살아온 것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있고 때로는 박진감이 있었다. 예전의 벤츠 타는 프로그래머? 그 책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랑을 그저 나열한 느낌이라면, 이 책은 실패와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우월하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다수. 글을 써나가는 대주제의 기준이 모호한 것이 첫째요, 그걸 아우르는 글솜씨가 아무래도 책으로 엮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은 수준이었다는 것. 오탈자도 자주 눈에 띄고 어색한 문장들도 중간 중간 다수 포진하고 있다. 개발자가 쓴 컬럼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자신을 컬럼니스트라고 칭하고 다닐 정도면 프로의 문장력은 갖춰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뭐 그래도 저자의 여러 가지 말들이 꽤 수긍이 가는 멘토링이라는 점에서(성공보다는 즐겁게, 실패담이 성공담보다 더 유용하다, 겸손은 실력이 따라줘야 한다 등) 즐거웠다. 간만에 하루만에 읽은 책이기도 하고..

덕분에 조금은 머리가 깨이는 느낌이기도.

재미있었다.